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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중학교의 종업식 날 일어난 한 여교사의 고백에서 시작된다. 마치 독자들이 학생들의 입장이 되듯이 소설은 마치 선생님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대화체 형식을 통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청소년 범죄 그리고 에이즈 등 종업식 날에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로 빠지는 듯한 이야기 속에서 여교사는 서서히 자신이 왜 여교사는 종업식 날 퇴직을 결심했는지 드러낸다. 그것은 여교사의 유일한 혈육인 딸 마나미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마나미가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된 일을 언급한 여교사는 자신의 숨겨진 속내를 드러낸다. 사실 마나미는 자신의 학급 안에 있는 두 학생에게 살해되었다고 말이다.

첫 장 '성직자'에서 시작되는 여교사 모리구치 유코의 고백이 공포감을 주는 이유는 여교사가 두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드러나는 그녀의 악의 때문이다. 유코는 익명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듯 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대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악의가 담겨 있다. 발명품 경진대회 입상자 출신의 A, 마나미가 죽음 직전 솜토끼 주머니에 대한 애착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B의 특성을 안다면 범인의 정체는 누구인지 드러난다. 결국 유코는 두 사람의 범죄를 학생들에게 고발함으로써 그들을 먹잇감으로 던져 놓은 것이다. 유코의 악의는 '성직자'의 마지막에서 극을 달한다. 두 범인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의 정체를 침착한 대화체로 풀어가는 그녀의 마지막 대사는 섬뜩하게 느껴진다.

'고백'은 총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편 '성직자'에서 유코가 자신의 딸을 죽인 두 학생의 범죄를 드러낸 후 '순교자','자애자','구도자','신봉자' 그리고 '전도자'라는 챕터 형식으로 각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특징을 보인다. 챕터 이름이 마치 종교적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책 내용을 보면 각 인물의 특징을 제목과 끼워맞춘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각기 다른 화자들에 의해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소설은 사건으로 인해 변화된 인물들의 감정을 묘사한다. 또한 사건의 주범들의 내면을 통해 왜 그들이 아이를 범죄의 대상으로 정했는지 동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인물의 고백을 통해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 된다.

우선 '순교자'와 '자애자'는 유코의 퇴직 이후 벌어진 파급효과를 통해 사건을 다른 면에서 바라보는 효과를 가져온다. '순교자'에서는 유코의 복수가 이루어진 이후 학급 안에서 보이는 미묘한 마녀 사냥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자애자'의 경우 범인 중 한 명인 시모무라 가족의 비극을 통해 복수가 또 다른 희생자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던 부분은 2부인 '순교자'였다. 유코의 퇴직 후 학급의 반장인 미즈키가 보낸 글의 형식으로 되어있는 단편은 범인 중 한 명인 슈아가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받는 모습을 통해 정의를 내세워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의 비열함을 드러낸다. 슈야를 괴롭히는 것도 모잘라 그에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미즈키를 따돌림하는 집단의 폭력성은 살인자들 못지 않게 추악하고 비열한 느낌을 준다.

'자애자' 편은 유코의 복수가 또 다른 비극을 초래했음을 드러낸다. 나오키가 우유를 마신 뒤 점점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어머니의 일기장을 통해 소설은 아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지키려 했던 어머니의 쓰라린 감정을 전달한다. 필사적으로 결벽증적 병리 현상을 벌이는 나오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믿음을 갖지만 아들의 고백을 들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비록 나오키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해 조금 보호적인 성향을 보인 면은 있지만 나오키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그녀가 그 비극을 안고 가야 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또한 가정에 비극을 불러 오도록 만든 유코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나기도 했다.

후반부 챕터인 '구도자'와 '신봉자'에서는 마나미를 죽인 범인 나오키와 슈야의 내면을 통해 사건의 동기를 풀어간다. 두 인물은 대조적인 성격을 갖춘 인물이다. 나오키의 경우,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못한 데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주눅이 든 나머지 학급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반면 슈야의 경우 자신만만하고 발명에 소질을 가진 아이이지만 스스로 마음을 닫아 호감을 가진 사람들을 바보라고 무시하고 배척한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그들은 상대방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는 점이다. 나오키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슈야를 통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적의를 실현하는 계획을 세운다.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준다는 기쁨에 들뜬 나머지 살인 계획을 공동 계획한 나오키는 자신을 무시하는 슈야의 돌변한 태도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결국 존중받는 존재로 인식받고 싶었던 나오키의 행동은 최악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슈야 역시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힌 아이다. 어릴 적 이혼으로 집을 떠난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린 소년은 자신이 유명인사가 되어야 어머니와 재회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도난 방지용 지갑을 만들어 입상한 경력이 신문에 난다면 어머니가 자신을 찾을 거라고 믿던 슈아는 부모를 살해한 청소년 범죄 사건이 더욱 파급력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소년의 욕구는 결국 그를 살인마로 타락시키고 만다.

두 사람의 동기를 통해 소설은 그들에 대해 일말의 동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두 사람의 고백을 읽으며 느낀 감정은 동정과 안타까움보다는 살인행위를 단지 개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만으로 바라본 슈야의 무감각성이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나오키의 경우 유코의 악의로 인해 속죄할 기회도 없이 엄청난 심적인 고통과 충격을 겪었다는 점에서 복수란 감정 역시 또 하나의 살인행위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순교자'의 화자였던 미즈키를 범죄를 동경하는 비정상적인 소녀로 단순화시킨 작가의 무신경함이 눈에 걸렸다.

마지막 챕터 '전도자'에서 드러난 유코의 고백을 통해 드러난 그녀의 생각치 못한 악의는 충격적이고 섬뜩했다. 딸을 살해한 아이들의 무신경함에 분노와 울분을 겪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녀가 그런 감정에서 시작한 일련의 행동들은 교사가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봐도 살인범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에이즈 주사를 통해 복수하려고 했다는 점이 진심이었다는 고백도 충격적이지만, 슈야의 폭주를 막으려 한 것이 아닌 그가 그토록 바라던 친어머니가 있는 연구소에 폭탄을 옮겼다고 말한 마지막 대사는 그녀가 인간이길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대방의 소중한 가족을 파멸시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만든 유코의 복수 행위가 과연 통쾌하고 시원한 것일까. 소문대로 '고백'은 몰입감이나 속도감적인 측면에서 재미있는 소설이었지만, 인간을 수단으로 바라보는 화자들의 비인간성엔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냉혈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미나토가나에, 고백,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