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간병인을 그만두려 하는 31세의 캐시가 헤일셤이란 기숙학교에서 겪은 기억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섬세한 성장 소설처럼 작가는 캐시가 평생의 친구인 루스를 만나고, 따돌림 당하는 남자 아이 토미를 보고 캐시가 측은한 마음을 품고 말벗이 되어주는 장면들을 묘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헤일셤이란 학교 안에서 교육의 역할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토미가 아이들과 다른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한 후 그는 루시 선생님의 충고대로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그림을 그린다. 그 후 토미는 따돌림을 벗어나고 아이들과 어울려 지낸다.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하지 않아야 무리 속에 수용되는 모습은 획일적인 교육에 익숙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암시하는 듯 하다. 

헤일셤에서 자란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기증자’로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는 순간, 아이들은 그것에 저항하기 보다는 숙명처럼 자신의 미래를 받아들인다. ’아일랜드’같은 SF영화에서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닫은 주인공이 탈출하려던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왜 그들은 자신들이 보통 인간을 위한 도구에 불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헤일셤이란 공간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만든 예술품을 수집하는 ’마담’이란 외부인이 마치 벌레를 바라보듯이 거리를 두는 행동을 본 어린 캐시와 친구들의 심적인 충격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체념적인 태도를 가진 계기를 되었을 것이다. 헤일셤에 근무하는 루시 선생님만이 그들의 존재를 깨닫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들은 그녀의 태도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정해진 미래를 받아들인다. 

헤일셤에서 상급자 과정을 마친 캐시와 루스, 그리고 토미는 코티지라는 공간 속에서 간병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마치 인간이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이라는 공간 속에서 학습하고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듯이, 이들 역시 코티지 안에서 논문을 쓰고 선임을 만나 그들로부터 경험과 지식을 배운다. 하지만 캐시는 코티지 안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이 TV를 바라보며 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선임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들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을 최선으로 하는 루스의 위선적인 행동은 자연히 캐시와 사이가 벌어지는 계기가 되어간다. 

이처럼 코티지 안에서 보여지는 클론들의 모습은 획일적이고 무비판적으로 보여지지만 그들은 한정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캐시와 루스, 토미가 노퍼크라는 마을 안에서 겪은 추억은 인간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클론들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루스와 닮은 근원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이 든 여인이 일하는 사무실을 찾아가는 세 사람의 여정은 마치 자신의 존재가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알고 싶어하는 클론의 욕구를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선임 커플이 세 사람에게 묻는 의문의 소문은 클론들 역시 정해진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커플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다면 몇 년동안 기증자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는 소문의 실체를 알고 싶어하는 선임 커플의 호기심은 자유를 갈구하는 클론의 존엄성을 느끼게 한다.

사려깊은 토미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 잊어버렸던 테이프를 구한 캐시는 그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게 되지만, 루시는 근원자를 찾는 여정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얻고 자신의 존재가 비천한 인간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도구라고 자책한다. 노퍼크 여행을 통해 구한 테이프는세 사람의 사이를 가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어린 시절 그린 그림을 절실히 재현한 토미의 창조물을 부정하는 루스의 독설을 끝내 받아치지 못한 캐시의 태도는 토미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마치 도망치듯이 간병인을 자원한 캐시는 병원을 오고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 피곤한 삶을 살아간다. 우연히 헤일셤의 친구를 만난 캐시는 루스가 몇 번의 기증으로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루스의 간병인을 자원한 캐시는 서로에 대한 증오를 걷어내고 그들의 친구 토미와 해후한다. 죽어가던 루스는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마담이 있는 집 주소를 남기고 죽어간다.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다면 몇 년동안 기증자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 마담의 집에 도착한 캐시와 루스는 어린 시절 자신들을 피하려던 마담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생각치 못한 인물을 통해 소문의 실체를 알게 된다. 

창조물이 자신의 존재의미를 알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는 장면은 ’프랑켄슈타인’이나 ’A.I.’같은 공상과학 영화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창조주가 아닌 진실을 알고 있는 자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의미를 알고 좌절하는 창조물의 비애는 ’나를 보내지 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캐시와 토미가 유일하게 가진 희망은 결국 소문에 불과했던 것이 드러나고, 헤일셤이란 공간은 결국 클론이 인간의 감정을 가진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기관에 불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헤일셤의 교장이었던 에밀리 선생님은 스스로 찾아온 그들이 자신의 교육이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기뻐하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진 그들에게 선생의 행동은 위선적이고 거리감있게 느껴진다. 토미의 울부짖음은 모든 희망이 사라진 절망의 기분을 체감하게 만든다.

결국 희망이 없어진 두 사람에게 남은 것은 시한부 인생과 다름없는 나날이다. 네 번째 기증을 앞둔 토미는 캐시에게 자신의 간병인을 바꾸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토미의 마지막 바람은 캐시에게 커다란 이별의 상처를 남긴다. 두 사람의 마지막 이별을 묘사한 소설의 묘사는 너무나 차분하고 섬세한 느낌이 들어서 더욱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부끄러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p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