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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를 읽은 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보던 중 '올림픽의 몸값'을 접하게 되었다. 그의 다양한 저작들 중 이 책이 끌린 이유는 다름 아닌 제목 때문이었는데, 비생물 단어인 올림픽의 몸값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제법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은 순간 3일 만에 읽어버렸을 정도로 제법 이야기가 속도감있고 재미있었으며, 올림픽이란 국가 발전에 가려진 어두운 민생들의 삶을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올림픽의 몸값'은 1964년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여름을 배경으로 있다. 2차 대전 패전을 딛고 일어선 일본에게 도쿄 올림픽은 국가 발전의 상징과 다름없을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인물 역시 올림픽 행사를 위해 분주한 모습을 바라보며 발전하는 일본에 자부심을 느낀다. 명망있는 경찰 가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자유분방한 방송국 PD 스가 다다시, 비틀즈를 동경하는 여성 커리어 우먼 고바야시 요시코, 그리고 분양받은 아파트를 바라보며 행복한 가족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 경찰 오치아이 마사오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이들 세 사람과 대비되는 한 사람을 등장시켜 세 사람이 바라보는 일본의 밝은 면에 감춰진 어두운 현실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다시와 요시코는 우연히 안면이 있는 시마자키 구니오를 만난 후 폭탄 테러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형사 마사오는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지는 의문의 테러범을 잡기 위해 발로 뛰는 수사를 진행한다. 테러범을 잡기 위해 일본 경찰의 수사가 계속되는 동안 소설은 테러범으로 의심받는 남자 시마자키 구니오의 사연을 서술한다.

소설은 앞길이 창창해보이는 한 명문대 대학생이 테러리스트로 변모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그의 심리를 통해 일본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한다. 일본의 가난한 농촌에 태어나 도쿄대에 진학함으로써 엘리트의 길을 밟아가던 구니오는 어느 날 자신의 배다른 형이 공사장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평소 자신과 소원한 관계였지만 형의 죽음을 겪은 구니오는 그 계기로 공사장에서 일하게 된다. 형이 일했던 공사장의 환경을 직접 체험해 형의 심정을 느껴보기로 결심한 구니오는 공사장에서 많은 부조리를 깨닫게 된다. 생존을 위해 혹독한 환경 속에서 몸이 부숴지도록 일하지만 부조리한 근무에 대해 불평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모습을 지켜본 구니오는 국가의 발전 아래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체감한다.

구니오가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눈을 뜨고 각성하게 되지만,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다소 폭력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도쿄대라는 학벌이 가지는 힘을 알고 있는 그가 일본의 부조리함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이 여러가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 올림픽을 인질로 삼는 다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된 그가 선택한 방법이 과연 옳았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2권 이후 소설은 폭탄 테러범이 된 구니오와 형사 마사오의 대결 중심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 프레드 진네만의 영화 '자칼의 날'처럼 소설의 중심이 테러범과 형사의 대립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전개는 스릴있는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글을 읽으면서점점 구니오의 계획에 대해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약에 탐닉하면서 대담해진 나머지 테러의 규모를 키워가는 구니오의 모습 그리고 대학교 내의 과격 좌파 써클의 분열적인 모습은 사회주의를 주장하던 당시 청년들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공사장 사고가 난 후 전화를 통해 세상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던 시오노의 말이었다. 구니오는 인부들이 스스로 열악한 처지를 변화시킬 의지가 없다고 그들을 무시했지만 인부들은 구니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테러가 아닌 합법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사회를 바꿔보려고 노력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소설의 결말은 비교적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게 개최던 도쿄 올림픽의 모습은 소리없이 사라진 구니오의 모습과 대비되어 씁쓸함을 남긴다. '죽이지는 마'라고 애타게 외치는 무라타의 마지막 외침을 바라본 요시코와 친구의 대화는 마치 남의 일처럼 흘러가는 듯이 느껴져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비록 구니오가 선택한 방법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가 벌인 행동이 일본 사회에 아무런 파장을 남기지 못한 체 사라졌다는 점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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