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할 즈음엔 영화의 원작 소설을 찾아서 읽어보곤 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책을 통해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일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이미지나 공상을 영상으로 묘사한 영화와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인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러블리 본즈’도 피터 잭슨이 영화로 만든 동명의 영화의 원작 소설이란 점이 눈길을 끈 책이었다. 14살 소녀가 살해 당한 뒤 진행되는 이야기여서 굉장히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소설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은 어두운 이야기이면서도 한 사람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성장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러블리 본즈’는 연쇄살인마인 이웃 남자에게 살해된 수지 새먼이 천국에 다다른 후 지상 세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수지가 머물고 있는 천국이란 곳은 수지가 원하는 상상이 어느 정도 반영된 공간이다. 예를 들어 천국에는 수지가 다니던 학교같은 공간과 아이스크림 가게 그리고 지상세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그녀와 함께 있어줄 천국의 친구인 할리 그리고 어머니 같은 안내자인 프레니가 존재한다. 하지만 수지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소망인 앞으로의 삶을 내다볼 수가 없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당한 수지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지상에서 살고 있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바라봄으로써 그녀의 소망을 간접적으로 실현한다.

소설은 수지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입은 가족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남겨진 자들의 아픔을 묘사한다. 수지의 부모는 그녀의 시체 부분이 발견될 때까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수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커다란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수지와 함께 배들을 병에 담아 두던 아버지는 그것들을 깨뜨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딸을 잃은 아픔을 표현하며, 이웃집에 사는 기묘한 남자인 하비가 범인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그에 대해 경계심을 품는다. 놀랍게도 그의 직감은 사실이지만 아버지의 행동은 형사 렌이나 아내 에바게일같은 사람들에겐 과거에 매달리는 집착적인 행동으로 인식할 뿐이다. 결국 하비를 추적하려던 수지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찰 당국은 수지의 범인을 찾으려는 수사를 마무리함으로써 그녀를 과거의 일로 묻어둔다. 그는 이제 가정으로 돌아와 자신의 남은 자식인 린지와 버클리에 대한 사랑을 통해 수지의 상실을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수지의 죽음 이후 수 년이 흘러도 아버지의 가슴 속에 첫째 딸은 여전히 존재한다. 수지의 유품인 옷가지들을 사용하려는 버클리와 갈등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수지의 존재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수지의 어머니의 경우는 아버지와 다른 방식으로 수지를 잃은 아픔을 벗어나려 한다. 가정으로 돌아와 남겨진 두 자식과 함께 상처를 극복하려는 수지의 아버지와 달리 그녀의 어머니는 오히려 가정을 벗어남으로써 그 상처를 치유하려 하는 것이다. 수지가 살아있던 시절 그녀가 찍은 어머니의 사진에서 가정에서 멀리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수지의 독백처럼 그녀의 어머니는 수지의 죽음을 계기로 가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해방을 느끼려 한다. 마치 ’디 아워스’의 로라가 숨에 막히는 듯한 가정을 벗어난 것처럼 에바게일 역시 가정을 떠남으로써 숨막히는 듯한 현실을 뛰쳐나온 것이다. 에바게일의 기약없는 여정은 남편 잭과 그의 자식인 린지 그리고 버클리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지만 외할머니 린의 도움으로 그들은 서서히 수지를 잃은 아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펼쳐진 삶을 살아간다. 





러블리본즈, 앨리스세볼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