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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학문은 과거를 되돌아보기 때문에 구식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때마다 언급되곤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역사 왜곡이나 영토 소유권 문제로 인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사료 등을 제시하며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역시 서로의 주장을 입증할 역사 자료를 제시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처럼 역사는 각 국의 입장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과거의 사실을 찾아낸 뒤 그것을 이용한다. ’역사 사용설명서’는 특정 목적을 위해 역사를 악용한 여러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그들이 주장하는 역사에 대한 신중한 분별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우선 저자는 개인이 속해있는 공동체, 즉 인종이나 사회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을 위해 역사를 악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백인들로부터 차별을 받은 흑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그들의 주체성을 확립하는데 역사를 이용하는 사례의 경우 역사의 올바른 이용이라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지나친 나머지 그리스 문명을 흑인들이 세운 문명이라는 입증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사례의 경우를 통해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역사를 악용할 수도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일부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조작함으로써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 그 결과 비이성적인 충돌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자신들이 타 문명의 공격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이루어낸 토착 문명권 사람임을 강조하여 정권을 차지하였다. 인도 힌두 민족주의에 고취된 지지자들은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거나 그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 역사가를 찾아가 집단 린치를 가하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으키고 말았다. 결국 일부 정치 세력의 역사 악용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과 비이성적인 분노를 일으킬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한편 책은 역사를 통해 각 국가의 어두운 이면을 지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드러낸다. 예를 들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사실에 대해 정당성을 제기하는 전시물을 개시한 뒤 미국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공격적으로 항의한 결과 박물관의 전시물을 치우게 된 사례나 북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약탈을 하던 암울한 기억 대신 그들에게 끼친 긍정적 역할을 교과서 집필에 실어야 한다고 법안을 통과한 프랑스의 사례 그리고 자신들의 나치 부역 사실을 숨기려 했던 오스트리아의 사례 등은 자신들의 암울한 역사를 언급하는 매체들을 수정함으로써 그들의 어두운 면을 지우려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역사 사용설명서’는 역사를 악용함으로써 갈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역사를 이용함으로써 화해와 성찰을 이끌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칠레의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경우 단순히 과거의 악행만 드러내는 데 국한되지 않고 그 의미를 재평가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교과서 편집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일부에서 공동 편집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서로의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역사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좋은 예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인 ’길잡이로서의 역사’를 통해 저자는 역사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조지 W. 부시는 1939년 당시 나치 독일의 체코 점령을 승인했던 뮌헨 협정의 사례를 들며 유화적인 협정은 결국 더 거대한 전쟁을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공격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저자는 부시가 자신의 전쟁을 위해 뮌헨 협정의 사례를 이용한 것은 잘못된 비교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반박한다. 예를 들어 영국이 히틀러의 사례를 들며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려는 나세르를 공격하려 했지만 오히려 아랍 세계가 단결하게 되는 역효과를 내며 실패한 것처럼 미국 역시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사용한 역사적 사례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결국 저자는 마지막 결론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역사를 악용하는 자들에 대한 경계가 필요함을 언급한다.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여 겸손, 회의, 자기 각성밖에 배우지 못하더라도 역사 연구는 유용한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추측과 남들의 추측을 조사하여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다른 설명도 가능한지 캐물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이름으로 내세우는 거창한 주장이나, 진실을 단정적으로 내뱉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요컨대, 내가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이것이다. 역사를 사용하고 즐기되, 언제나 신중하게 다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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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역사사용설명서, 마가릿맥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