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웃분의 서평을 보고서 나도 읽게 됐다. 물론 책이 어떤 내용,구성인지 알았기에 기대감은 아주 낮았다.  

이 책은 자식이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기위한 '질문으로 이뤄진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 글자가 있는 공간보다 여백의 공간이 더 많은 책이라서 날 놀라게 했다. 책 사이사이에 아버지와 관련된 감동적인 실화도 있지만 그건 정말 몇 장 안 된다. (그래도 책 속에 감동실화는 그나마 재미있었다.) 간혹 에세이 중에서 이 책처럼 아주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책들도 있었긴 하지만, 그 책 속 문장은 작가의 감성이나 생각을 담은 문구들이었다. 그래서 짧은 문장임에도 꽤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책의 여백을 나의 생각들로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뿐만 아니라 독자가 질문을 던질 '상대방'이 없으면 책의 여백을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책이 의미있게 쓰이기 위해서는 꼭 질문을 던질 '상대방(부모님 내지 보호자)'이 필요하다.

 

 사실 책 속 질문에서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추측과 예상으로 독자(자식) 스스로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자신이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판단하는 것과 달리 사람들이 느끼는 바는 다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인 부모님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 떠올리면 이미 부모님이 지향하는 가치나 성격을 통해 질문의 답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책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지 않을 법한 질문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되려 이러한 질문을 던졌을 경우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어려울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분명 부모님께 여쭈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가족관계를 돈독히 만들 좋은 질문도 많지만 책 속 질문을 던져서 피차 낭패를 겪을 질문도 상당수다. (특히 여자/연애/결혼에 대한 질문.)  

 나는 책 속 질문 중에서 어느정도는 정답에 가까운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의 몰랐던 면모를 상당히 엿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가끔 부부싸움을 보거나 가족 간에 싸움을 함으로써 오히려 서로에게 솔직해져서 서로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미 어느정도 답할 수 있었다. 어쨌든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자기자랑과 관련된 이야기 제외) 하길 쑥쓰러워하거나 생존에 중요치 않은 자잘한 질문들엔 무관심하신 편이시라 과연 이 책 속 질문에 몇 개의 답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다.

 

 이 책에 서평을 적으신 이웃분의 글에 내가 남긴 덧글이 하나 있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도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변함없어서 그 덧글을 그대로 아래에 옮겨본다. 

 

이 책의 용도는 이 책을 아버지께 선물해드리는 겁니다. (물론 아버지 생신 때가 아니라 자식인 본인의 생일 때나.. )

그리고 아버지께 요구를 하는 거죠. 빈칸에 대답을 채우시라고요. 그러면 이 책은 만2천원 이상의 가격값을 하는 책이 될 것 같네요. 

+) 덧붙임 책을 양장본이 아닌 문고본으로 이왕이면 미니북으로 만들었으면 책 가격도 줄어 더욱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