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말 단어의 뿌리캐기, 외래어외국말의 뿌리캐기, 뜻이 알쏭달쏭한 말들의 속뜻을 풀이, 고사성어, 아름다운 순우리말, 훈하게 잘못 쓰는 말, 알면 똑똑해지 낯선 -각종 이론, 증후군, 현상, 효과 등- 용어, 촌철살인 유명인의 말, 말과 관련된 상식, 책 인덱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큰 장 속에 주제단어에 대한 표제와 내용이 딸린 형식이다. 주제가 되는 한 단어에 대한 내용이 한, 두 문장 정도로 짧아서 한 쪽엔 2,3개의 단어가 소개된다. 그래서 어느 장,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 덕분에 잠시의 여유가 있을 때 짬짬이 읽기에 좋고, 금방금방 책이 넘어가기도 해서 재미있기도 하다. 책 속에서 드는 예나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서 책장이 더욱 잘 넘어간다.

 선물(膳物)에 대한 어원을 밝히는 부분을 옮겨 본다.

 【나누어 먹는 고기, 선물】

 선물의 어원은 소와 관련이 있다. 한국인에게 소는 농사를 도와주는 일꾼인 동시에 어느 한 부분도 버리는 부위가 없는 풍요의 상징이다. 그래서 소를 잡으면 한 솥 쇠고기국을 끓여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눠 먹었다. 선물의 膳은 이렇게 나누어 먹는 고기라는 유래를 갖고 있으며 반찬, 먹을 것을 뜻한다.

 반면 영어로 선물은 ‘Present’이다. 이 어원은 ‘주는 것’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나누는 의미가 담긴 우리말과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이 짧은 두 문장이지만,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의 어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문화를 파악하고 비교할 수 있는 어원 밝히기 부분이다. 이외에도【곶감은 재빨리 먹는 음식?】【추파는 가을 물 같은 눈길?】【같은 바지인데 고르뎅, 골덴, 코듀로이?】【유행은 쫓는 걸까? 좇는 걸까?】과 같이 주제단어에 대한 정보를 질문식으로 던져서 호기심을 일으키게도 하고, 【고 씨네도 드시게! 고수레】와 같이 주제단어와 관련해서 농담식으로 만들어진 표제문장만 봐도 재미나게 지어져있다.  【행복한 추억만 기억해, 무드셀라 증후군】【나 아직 젊어! 나오미족】과 같이 단어와 그 단어가 품은 뜻을 간명료하게 제시하는 것도 있다.

 재미있는 사전은 드물고 반면에 이런 종류의 책들이 적지도 않지만, 이 책은 구성도 내용도 꽤나 알차서 추천하고 싶다. 한 번 보고 말 책이 아니라 심심할 때, 간간히 뽑아들어 익히지 못한 어휘를 익히기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단어 맞추기’식으로 퀴즈를 주고받는 것도 이 책을 잘 활용하는 법이겠다. 그러면 책에서 내세운 수식구처럼 그야말로 ‘언어와 놀면 지식이 쌓인다’. 실제로 이 책에 나왔던 단어나 설명 중에선 ‘우리말 겨루기’나 ‘퀴즈 영웅’과 같은 곳에서 나온 것들도 꽤나 있다.

 

 다만 책 구성/내용상에서의 옥의 티가 있다. (인덱스 부분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320장 정도 되는 내용에서 7장이 110장으로 쓸데없이 길다. 이 장은 '알면 똑똑해지는 낯선 말들'의 장으로서 각종이론, 증후군, 현상, 효과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알면 똑똑해지기 보다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말들도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의 생활환경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을 법한 용어들도 수두룩하다.(교양용 심리학이나 사회학 서적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것까지 나온다.) 그래서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쓸데없이 내용 배분이 많고 이 부분이 따분하게도 느껴진다.

 

 따라서 차후 이와 같은 말벗 사전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이 보완되면 보다 추천하고픈 책이 되겠다. 이 책은 천하무적 지식 시리즈에 포함되는데, 요 천하무적 '말벗 사전' 시리즈로서도 쭉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