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화가로 유명한 이경미 작가. 고양이를 좋아하기에 그녀의 그림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까지 한 달 전쯤에 미리 접하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미국과 같은 대도시의 빌딩이 서있는 거리, 고양이, 우주, 파도, 볼륨이 들어가 풍성한 커튼, 쌓아올려진 영자책 등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있다. 이 오브제들은 그녀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그 오브제들,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는 그녀의 개인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잘게 나눠진 장에서 때때로 그녀의 그림, 소재에 대한 이야기들만을 따로 하기도 한다. 그래서 딱딱한 이론을 통해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그녀의 자전적인 경험과 체험, 그림과 관련된 신화나 책 등이 녹아든 이야기로써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이해를 돕는 책이다. 다만 성장 에세이이기에 상당히 자전적이다. 그녀의 학업, 유학, 연애와 결혼이야기, 특히나 (고양이를 포함한) 가족과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의 중심된 줄기로 이어진다. 그녀는 평탄치 못한 가정환경에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외로운 유학생활에 이어 사회전선에서도 치열하게 생활했다. 때문에 오늘날까지 힘든 육신을 병과 함께 끌어안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에는 한이나 우울함이 많이 담고 있다.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유쾌한 마음은 거의 들지 않는다. 깊은 우울의 우물에 빠져 지난날을 추억하는 작가를 내려다보는 느낌의 책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접한 경험과 문물를 통해 깨달은 인생에 대한 통찰, 감성을 일깨우고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이야기들도 간간히 있어 그녀의 우울한 우물은 반짝인다. 물론 책 사이사이에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삶을 응축하고 있는 것답게 특히나 반짝이는 부분들이다. 그녀의 미술 작품들과 멋진 명언들이 글 사이사이에 많이 들어 있으니 그녀의 삶을 야금야금 읽어 나가면서 작품에 대해서도 느긋하게 감상하는 책 읽기도 좋을 것 같다.

 화가 이경미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에게 가볍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