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니! 사람은 첫인상은 3초만에 결정난다고 하는데, 그게 항상 우리를 배신한다면 우리는 더이상 우리의 눈과 귀, 상식이나 직감을 믿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이건 좀 억지야!'라고 외치며 표지를 보았다.

책의 표지에 둥근알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달걀이라 생각하는데 그 깨어진 알의 안은 시커멓다! '표지에 둥근 알은 달걀인데 책의 제목대로 표면적인 것만 보지말라는 경고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비유적으로 알을 새까맣게 표현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그 알의 표면을 다시 보았다. 이건 타조의 알이구나! (실제로 타조알은 구으면 이렇게 꺼멓게 되는 걸로 기억한다.)

그야말로 표지에서부터 첫인상이 배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난 사람을 좋아하고 원체 긍정적이라서 주변사람들과 지냄에도 허물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사소하게나마 대화가 통하고 마음이 맞으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쉽게 호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사람이 좋다, 사람이 너무 착하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너무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말라는 소리를 듣곤했다. 착하다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세상이 흉흉한 건 뉴스나 인터넷기사들만 봐도 너무나도 확고하며 명료하다. 착하고 밝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세상은 더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인터넷을 통해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의 이미지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조작되며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만나고 매일 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뛰어난 연기술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는 저자의 경고와 충고가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라고 느꼈다.

저자는 표지에서 FBI최고의 프로파일러(행동분석가)라고 나타낼만큼 목차에서만 봐도 어느정도 논리적인 면이 보인다.

1부에서는 직감을 믿어서는 안되는 이유, 직감 대신 우리가 믿어야 할 것, 직감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과 사전 지식들, 직감에 의존하지 않으려 함에도 함정에 빠지는 이유 등을 얘기하고 있다.

2부에서는 1부의 내용을 근거로 우리가 습관적으로 길러야할 판단력, 위기 예방과 대처 요령, 인물과 정황 파악 요령 등의 요령 등을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인터뷰 질문하기', '은근하게 상대를 파악하는 질문하기'를 통해 상대방을 파악하는 요령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면접, 알바나 직원 채용하기, 온라인상의 사람 파악하기 등, 실질적인 부분이 많아서 실생활의 활용면에서 효용이 큰 부분이다.이런 것을 보며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질문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책 속의 예들에서 등장하는 범죄자나 사건, 가상 시나리오 등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예시설정들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흔한 상황을 얘기하고 있기에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직감테스트나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서 나 자신이 직감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상황을 판단하는지 점검할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저자의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답변을 보고 스스로 직감에 많이 의존하는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있었다.

본문에서는 많은 콘텐츠에서 소재로 쓰는 '사이코패스'나 '범죄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확실히 깨뜨리기 위해 그들에 대한 개념과 지식을 제대로 보게 하는것에도 꽤나 신경쓰고 있다. 첫인상, 조언, 피상적인 단서, 선입견, 성격, 경험 등과 같이 우리가 위기에 빠질 수 있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범죄에 대해서 속절없이 당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침착하게 행동하고 관찰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장으로는 '프로파일러 vs 프로파일러'라는 작은 장이 있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속 FBI행동분석가(프로파일러)와 실제 프로파일러 출신인 저자가 동일한 단서를 갖고 어떻게 추리를 하는지를 보여준다. 나 또한 추리물이나 추리 드라마, 영화를 종종 즐겨보아서 이 장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장의 내용을 보면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피상적인 판단을 해대는지 부끄러울 정도로 깨닫게 된다. 추리를 함에 있어 대중이나 추리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추리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지 말이다. (물론 오늘날 추리 드라마들에서는 주인공이 꽤나 논리적으로 트릭을 발견하고 정황을 파악하여 범죄자를 밝혀내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쓴다.)

각 장의 끝에는 -프로파일링 노트- 상자를 두어 본문에서 다룬 내용을 요약해 두었다. 간혹 장 내에서-프로파일러의 비화-라는 상자를 두어 저자의 직접체험이나 통계적 사례을 바탕으로 우리가 범죄자나 프로파일러에 대해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을 찝어주고 있다. 예컨대 '범죄형 얼굴'이란 따로 없다는 점, 호신용총은 제대로 조준할 수 있는 연습을 한 게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 대화를 막고 긴장을 심화시키는 말 등, 여러가지 비화들이 본문 이상으로 영양가가 있다.

보다 넓은 사회와 세계로 나갈 수록 우리는 위험에 쉽게 빠질 수 있으며,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말 평범하고도 사소한 일상을 보내다가 닥친 사건에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라고 억울해하며 울기만 할 순 없다. 뭐든 일이 일어나고 나서 조심해봐야 헛일이다. 자신이 범죄의 대상이 된 것을 '재수없음이나 억울함'으로 치부하려는 자세는 세상의 동정을 끌 뿐이며, 실질적으로 자신이 받은 물리적, 정신적 상처가 보상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는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에 의한 자신의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으며, 많은 범죄가 면식범에 의해 발생된다는 점을 아주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을 의심하고 분석하며 사는 건 저자의 직업병이 아닐까, 이렇게 조심하며 살면 삶이 더 피곤해지지 않을까도 싶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인생은 큰 사건 하나로도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의 경고와 충고들은 주워담아야 할 일이다. 사람을 믿고 사는 게, 그나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나 또한 충분히 범죄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자각하며 이 책의 부분부분을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