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를 읽고...

 

 한동안 그 이름만으로 책을 사보게끔 만들었던 작가 ‘공지영’. 요즘 들어 찍어내듯 나오는 그의 문체가 좀 질리기 시작해서 『즐거운 나의 집』이후엔 거의 안 봤었는데, 아내가 싸온 짐짝에 이 소설이 있길래 펼쳐 보았다.

사람을 잡아끄는 문체-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 전환, 뚜렷한 캐릭터,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완벽한 구어체 문장-는 여전했다. 그러나 이전 공지영 소설의 한계는 여기까지.. 무언가 재미는 있는데 약간의 감동도 있는데.. 생각할 꺼리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지녔다.(개인적으로 그 중 ‘봉순이 언니’는 조금 특별했다)

 이 소설도 따지고보녀 약간은 그런 공지영 소설의 약점을 지녔는데, 나의 마음 아니 우리의 마음을 끄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와 개독교의 차이를 직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무진이라는 곳(왜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곳)에 한 남자가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다. 그가 부임한 학교는 농아들을 위한 학교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인들을 위한척 위선을 떠는 그 학교가 온갖 더러움이 판을 치는 곳이라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한테는 선금을 챙기고 교장과, 행정실장, 기숙사감 등이 힘 없는 농아들을 성폭행하고, 항의하는 교사는 자르고....

 요딴 일들이 일어나는 곳임을 알아챈 주인공은 성폭행 당한 아이들을 데리고 법정에 선다. 그리고 아이들을 괴롭혀온 어른들에게 법의 심판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무진 시내의 유지로 유력인사들과 연이 닿아있는 교장세력은 집행유예만 선고받고 풀려난다...

 요딴 내용인데 문제는 이 교장세력이라는 것들이 무진영광제일교회의 장로들이라는 것이지.. 소설 속에서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들의 증언으로 인해 법정에 서게 된 교장 쓰레기들을, 교회 성도들이 와서 비호한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찬양하고 중보한다. 그리고 그 교회 담임 목사는 예배시간에 장로들이 그럴리가 없다며 배은망덕한 농아들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무고한 자를 핍박한다고 설파한다. 애초 이 아이들의 증언을 전해들은 교육감도 무진영광제일교회의 성돈데.. 책임 떠넘기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 여기까지 개독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의 모습은 어디에서 보여주나? 교장세력을 심판하려는 주인공의 편에는 정신적 지주로 최 목사가 등장한다. 그는 무진영광제일교회를 개척한 멤버지만 세습하려는 담임목사를 비판하다 좌경목사로 몰려 쫓겨난 인물이다.(정말 있을 법한 설정이다) 그는 거대한 악 앞에 무기력하면서도 끝까지 투쟁을 해 나간다. 그리고 주인공의 선배로 등장하는 인권운동센터의 여성은 약하면서도 강한 미혼모로 그려지는데, 그녀는 어릴적 민주화 운동을 돕다가 고문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여인이다. 그의 아버지도 목사였다. - 여기까지가 기독

 물론 개독과 기독의 대비가 소설의 주는 아닐 것이다. 소설은 거대 악과 그에 맡서는 자들이 부딪히는 부조리를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악을 자행하고 있음이 뻔 함에도 불구하고, 내 교회 교인이라는 것 때문에 무조건 옹호하고, 교인이라서 그럴리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그런 모습이 나에겐 없게 될까?? 고민해본다. 그리고 이땅에 기독인들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인지..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본다. 어찌됐건 소설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허구로 포장한 이야기’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