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c의 '호텐토트의 비너스'

 

사실 그녀의 이름은 'Saartjie Baartman'으로 아프리칸스어(네덜란드 계 보어인의 언어)에서 온 순수한 크리올어로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크리올이란?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서로 뒤섞여 꽃을 피운 원주민 언어라고 합니다.

 

심지어 살아 생전에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말로 불리었을 그녀의 이름은 역사기록에

남아있지 않으며, 그냥 그녀가 짧은 생을 살며 자신이 칭했던 이름 '사르키'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제국주의가 종식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만연에

그 잔재들이 남아있는 가운데 그녀의 이름 역시 그 잔재중 하나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그들이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각색되곤 했으니까요.

 

그녀를 소개합니다.

 

1789년 남아프리카의 코이족 일원으로 태어나 십대 후반 감투스 강가에서 약혼식 축제를 벌이던 날 밤, 백인 정찰대에게 납치되어 케이프타운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노예와 같은 시종노릇을하다 약간의 자유를 맛보며 선술집에서

노래하여 술꾼들을 사로잡는가 하면,

어느 군악대원과 결혼해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무 살 즈음 아기가 죽고 남편도 어디론가 사라진 뒤, 고용주 세자르는 상관 알렉산더 던롭의 계획대로 그녀를 꼬드겨 함께 유럽으로 밀항한다.

 

1810년 런던에서 그녀는 아프리카 희귀종 호텐토트의 비너스로 소개된다.

런돕 일당은 그녀의 큰 엉덩이를 강조하여 아프리카 모피외투를 걸치게 하고

사르키를 무대에 세웠다. 경이의 시대가 가져다준 기이한 열정은

그녀를 점점 신화로 만들었다. 큰 엉덩이는 아프리카 인종이 '인간 원숭이'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세간에 떠들던 긴 음순에 관한 소문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사라 바트만 추정사진> 

 

1814년까지 영국 각지를 돌며 당시 유행하던 '이상한 쇼'들 중 당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명성이 커질수록 그녀의 상처는 커져갔다.

무대에서 활력을 잃은 그녀를 보며 관중 역시 흥미를 잃었으며 쇼의 주관자

던롭마저 죽자 세자르는 사르키를 데리고 프랑스로 숨어들고,

프랑스 자연사박물관과의 밀거래로 먹고살던 박제사이자 거간꾼 레오에게 팔아넘긴다.

 

 

 

1815년 파리에서 실물 모델이 되어 실험실에 서게된 그녀는 옷을 벗지 않으려 몸부림 쳤지만 결국 무너졌으며 이 날 그녀의 비참한 모습은 보고서와 세밀화에 기록되어 오늘까지 전해진다. 이 관찰실험의 주동자 퀴비에는 그녀가 죽어서까지도 쉬지 못하게 했는데,

 바로 그 시신을 해부학 실험실로 가져간 것이다.

이후 과학의 이름으로 20c 후반까지 그녀의 뇌와 성기는 유리병에 담궈져 있었고 몸은 박제가 된 채,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다.

 

 

 

2002년 남아공의 국가적 노력에 힘입어 그녀의 사체는 고국으로 돌아오고 과거 식민주의

시절의 수난을 상징하는 인물로 오늘날 다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녀가 사람으로써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표현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의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여성인권에 관련된 사람들은 당연히 인권중에서도 그녀의 인권에 대해서 분개하며 이야기할 것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헛된 과학적인 의견에 진실을 제공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매우 지독하고 악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녀는 한 '사람'으로써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닌, 'missing link'의 대상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증거로 그녀의 거대한 소음순과 너무나도 넉넉하게 솟은 '둔부'를 예로 들었고, 그녀의 뇌는 일반 사람들 뇌보다 작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예상은 그녀를 잔인하게 해부하던 순간 아니라고 밝혀졌죠.

 

 생각해보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시행된 많은 잔혹한 일들이 있습니다. 1883년에 영국의 F. 골턴(Francis Galton)이 최초로 사용한 '우생학', 이것은 모국보다 미국에서 더 유행했다는 사실 아시나요? 우리는 보통 히틀러가 실행했던 '인체해부실험'들 때문에 독일을 먼저 생각하지만 여러 나라들이 이 학문에 빠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 아주 가깝게는 우리나라 역시 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의 희생되었습니다. 바로 일제시대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 또안 위안부에 끌려가 성적 노리개가 되었으며, 인체실험을 위해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역시 또 다른 차별대우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다는 사실이 저는 더 무섭습니다. 이 여성이 상징했던 것은 식민주의 시대의 한 인권이 짓밟힌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면 이 인권들이 존중되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분개합니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이민노동자들의 아이들을 차별화하고, (단지 얼굴색과 생김새가 조금 다르고,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요즘에 다시 이슈화 되는 장애인

그리고 성폭행 당하는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심지어 다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주는 이야기의 교훈을 단지, 과거 식민주의 에서의 인권유린만 표현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우리와 다른 이들을 차별하고 멀리합니다. 이런 우리가 그 시대에 그녀를 유리한 그 당시의 지성인과 다를바가 있을까요? 다시 한 번 우리를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라바트만, 사르키바트만, 인종차별, 인종유린, 식민지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