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2005년 12월)쯤인가 갑자기 신화에 관심이 생겨서 그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는 와중에 조지프 캠벨을 만나게 되고 신의 가면이라는 총 2,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해 1권을 한 달에 걸쳐서 정독할 수 있었다. 그 후 2권과 3권은 중간 중간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을 수 있었고 4권은 아직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서야 시간과 여건이 허락해 다시 한 번 일독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몇가지 신화에 관한 최근의 책들을 구입하려는 와중에" "신의 가면"의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라는 멘트에 깜작 놀랐고 부끄러워서 다시 일독을 시작하기 전에 리뷰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부끄럼을 느끼고 심지어 수치스럽기까지 하였던 기억에 우리사회의 문화적 분위기가 너무나 민족주의적인 거품만으로 얼룩져있지않나 하는 부끄럼까지 겹쳐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7080세대로서의 자만심!?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저술된 해가 1960년대 초인데 나는 왜 이제서야(2005년) 이 책을 접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자책감이리라. 

70~80년대 겨래와 민족의 미래를 설계한다고 서양철학사를 꿰둟고 헤겔과 마르크스, 레닌과 마오 그리고  세계의민중사와 혁명사 그리고 정치경제와 세계경제론에 이르기까지 학습에 학습을 거듭하여 세계의 사상과 문화를 섭렵하던 우리 세대들의 지적편력이 얼마나 정보에 눈이 어둡고 흐름에 뒤떨어져 있었는지ㅡ 그래서 얼마나 좁고 얕은 사고속에   얄팍한 전력전술론에만 밝은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되기도 하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신화에 관한 책이 아니다. 다양한 나라릐 신화들을 하나의 책에 모아놓은 집합물이 단연코 아니다.  이 책은 그 시기 고고학과 인류학의 발견과 연구의 성과를 한 껏 집대성하여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하나임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즉, 생물학적 고향은 아프리카 동부이고 인류의 문화적 고향 역시  메소포타미아라는 것을  밝혀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하나의 문화적근원!으로 부터 발전해 왔음을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아프리카의 신화와 상징이 북유럽의 것과 또 아메리카의 그것과 형태상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정도에 끝났으면 요즘 나오는 수 많은 신화에 관한 서책류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을 것이고 시기적으로만 50년 앞서있을 뿐이다.   아지만 조지프 캠벨은 인간 무의식의 세계를 밝혀낸 프르이드와 융의 성과를 따라서, 인간에게 의식이외의    무의식의 깊은 우물보다도 한 층 더 깊은 우물이 있음을 많은 원시 신화들로부터 밝혀내어  인류의 의식의 발생사를 추적하고 있고 이로부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를 웅변하고 있다. 즉 신화속에 녹아 인류 공통의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깊고 깊은 심연의 모습들을, 인간이 이성과 의식을 가지고 생활하기 이전의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드러내고 있다.  인류공통의 식인습성이라든지 흉년이 오면 왕을 찢어서 코코아 밭(아프리카)에 옥수수밭(아메리카)에 뿌린다던지.... 

흔히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을 많이 한다. 나는 한 때 인간이야말로 이성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는 근대서양철학의 가르침속에 빠져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성의 계획대로 이성의 또다른 이름인 과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역사가 흘러갈 것이고 세상이 바뀌어 갈것이라고 깊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과 이성이 아닌 집단적 광기로/까지 드러나는 무의식아니 더 깊은 심연에 존재하는 동물적 본능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2002년의 붉은 악마의 거대한 응원이라던지 , 불길처럼 번져나가던 촛불시위라던지 등등에서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권과 3권에서는 인류 공통의 문화적 사상적 뿌리인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서쪽으로(크레타 에게해 그리이스 로마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한국등) 행진해 나간 서양사상의 흐름과 동쪽으로(인도 중국 아메리카등) 뻗어 나간 동양사상의 흐름들의 뿌리와 갈래들을 파헤치면서 그것들의 변형과 왜곡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성서의 신화왜곡과 함께 조로아스터교와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근본적으로 하나의 뿌리임이 적나나하게 발혀지고 있고, 동양사상도 인도의 흐름과 중국의 흐름 중국에서도 유교와 도교의 흐름들을 원래적인 뿌리로부터 설명하고 있어 철학사상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문화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시원한 해설이 될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이 만큼만 리뷰를 하겠습니다. 부족한 것은 다시 일독을 한 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