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어린이가 처음으로 접하는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글자를 잘 모르는 유아들에게 그림책의 그림은 그 어떤 설명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자체이기도 하다. ‘짧은 귀 토끼(다원시 글,탕탕 그림,심윤섭 옮김,고래이야기 펴냄)’는 파스텔 계열의 색깔이 주는 따스함과 함께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림을 지닌 책이다. 

  동동이는 다른 토끼 친구들보다 짧은 귀 때문에 속상해한다. 엄마가 동동이 귀는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해도,친구인 미미가 좀더 크면 귀가 길어질거라고 위로를 해도 동동이는 자꾸 짧은 귀가 신경이 쓰인다. 동동이는 귀를 자라게 하려고 야채도 먹고 빨래집게로 귀를 집어도 보고 귀에 물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본다. 하지만 매일매일 나무 자에 재어보아도 귀의 길이는 늘 똑같다.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동동이는 포기 않고 빵을 구워 긴 귀를 만들어 붙이게 된다. 독수리에게 귀를 빼앗기지만 그 일을 계기로 동동이는 맛있는 ‘토끼 귀’ 빵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다.

  우선,이 책은 색감이 따스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이는 동동이의 천진함과 귀여움을 잘 드러내면서 동동이의 고민이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임을 은연중에 알려주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화면구성을 보여준다. 귀가 빨리 길어지길 바라며 당근이랑 양배추를 많이 먹었으나 여전히 짧은 귀를 강조하기 위해 동동이의 신체를 가로 그림으로 부분부분 잘라 확대시켰다. 키 큰 나무에 사다리까지 놓고 눈금을 그려넣는 부분은 두 페이지를 모두 그림으로 꽉 채우고 높은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를 보여줬다. 이는 동동이의 부푼 희망과 함께 변하지 않을 결과를 보여주는 듯하다.

  동동의의 귀엽고 발랄하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은 그림에서 잘 드러나 있다. 빨래집게로 귀를 매달거나 귀에 물을 주고 모자를 쓰거나 빵으로 긴 귀를 만들어 붙이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동동이의 표정과 모습에서 어린 독자들은 동동이의 마음과 의지를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

  또한 글에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그림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매일 귀 길이를 재는 장면에서는 세로로 잘린 똑같은 장면 7편에 여전한 5cm 길이의 동동이 귀,기대와 희망에서 당황과 실망으로 바뀌는 동동이의 표정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여기에 나무 둥지의 새알에서 아기새가 태어나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세심함도 보인다.

 
  독특한 편집 방법도 이용된다. 빵으로 만든 동동이의 긴 귀가 달콤한 냄새를 멀리까지 풍기게 하는 장면과 독수리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는 책장을 두 장 이어서 펼쳐지게 하였다. 이러한 색다른 장치는 바람결에 퍼지는 빵 냄새와 독수리에게 잡힌 긴박한 상황이 실제처럼 느껴지게 한다.

  짧은 귀 토끼 동동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낸다. 자신을 잡아먹으려 했던 독수리조차 자유롭게 빵을 사 먹게 하고, 긴 토끼 귀,짧은 토끼 귀 빵과 같이 다양한 빵을 만든다. 외모가 중시되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짧은 귀 토끼 동동이처럼 건강하고 씩씩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