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미술에 관한 책은 아마 처음인 듯하다. 그림 자체를 소재로 한 책은 여러 권 읽었다 싶은데, 미술 자체에 관한 책은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사람이 많은 모양인지, 책 제목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이다. 나 같은 사람처럼 미술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다.

 

이 책의 목표는 저자가 쓴 ‘미술 이야기를 시작하며’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 몇 가지만 읽어보자.

 

<단순해 보이는 미술에도 역사의 무게가 담겨있고, 새롭다는 미술에도 역사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말이며, 그 시대의 영광뿐 아니라 고민과 도전까지도 목격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미술에 담긴 원초적 힘을 살려내는 것, 미술에서 감동뿐 아니라 교훈을 읽어내고, 세계를 보는 우리의 눈높이를 높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소명입니다.> (5쪽)

 

미술의 의의

 

먼저 미술에 갖는 의미에 대하여 정리해 보자.

 

개인이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고, 개인의 수명이 다한 후에도 그 사회를 지속시켜 나가는 종 차원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살아남는데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유하는 가치와 원칙이 있고, 서로의 복잡하고 정교한 생각을 교환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사소통 방법이 없다면 세대 간의 정보 전달은 불가능하다.

 

인류에게 정교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식이 생겨났고, 그 생각을 교환하기 위한 장치로 언어와 미술이 발전했다.

그래서 언어와 미술을 통해 인류가 복잡한 사회를 조직하고 타인과 깊이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수명을 뛰어 넘어 사회를 지속시키고 지식과 지혜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 (71쪽)

 

그러니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미술이란 그저 보기에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이 미술에 녹아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364쪽)

 

그래서,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

 

그렇게 미술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인간은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이다.

미술을 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자연과 다른 동물을 이겨내고 살아 남은 것은 미술을 하는 인간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며(70쪽), 미술 행위가 인간의 본질과 그 옛날부터 긴밀하게 엮여져 있었다(29쪽)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이 책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권에는 세 가지 미술이 등장한다,

원시미술, 이집트 미술, 메소포타미아 미술.

 

이런 항목 어디선가 들었다. 바로 학창 시절 <세계사>, <문화사> 과목을 통해서 들었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 피라미드 이야기, 이집트 왕들의 조각상, 페르시아 미술 등.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차원이 다르다. 분명 같은 시대, 같은 장소의 미술을 말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때 설명하고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생각해 보니, 그 당시는 오로지 입시 위주로 주요사항들을 맥락과 관계없이 나열된 항목들만 훑고 지나갔으니 그럴만 하다. 그러니 처음에 밝힌 것처럼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나에게 정확한 표현인 것이다.

 

이집트 미술과 메소포타미아 미술

 

풍요로운 현실을 바탕으로 영원한 내세를 꿈 꾼 이집트 사람들의 작품에서는 여유와 낙관주의가 드러난다.

 

메소포타미아의 미술에서는 냉혹하고 잔인한 모습이 자주 드러난다, 자연과도 이웃 도시들과도 끝없이 싸워야 했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미술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420쪽)

 

편견, 그리고 오해에서 벗어나기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미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되었다.

 

피라미드 건설에 많은 노예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생각(253쪽)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자에 의하면 피라미드 건설에 투입된 사람들은 노예가 아니라, 농사를 짓던 일반 백성이었다. 또한 그들을 위한 복지 차원의 배려였다는 것이다.

농사 일이 아닌 철에, 농사 일이 없어 놀고 있는 그들을 임금을 주면서 건설에 종사하도록 했으니, 일종의 뉴딜 정책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가외의 소득 몇 가지

 

무엇을 문명이라 부를 것이냐? 학자마다 다르지만, 다음 세 가지 조건에 동의한다.

문자가 있었느냐, 인구 5,000명 이상의 도시가 있었느냐, 도시를 움직이는 체계적인 사회 조직망을 가지고 있었느냐. (250쪽)

문명이 이루어졌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회를 형성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된다. (379쪽)

 

다시 이 책은?

 

이 책, 무려 500여 쪽이나 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저자 양정무 교수가 설명을 아주 처음부터, 초보자도 알아듣기 쉽게 해 놓은 덕분이다. 저자는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읽히는 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마치 강의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참고하는 그림이나 사진들을 가까운 곳 – 대부분 같은 페이지나, 혹은 책을 펼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옆 페이지에 – 에 배치하여, 설명을 읽으면서 그림 또는 사진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