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로마사

 

저자의 역사에 대한 자세

 

저자는 역사 앞에 겸손하다. 그는 자기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자기 자신의 견해가 그런 다양한 견해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한 자세가 바로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자의 자세가 바로 이 책을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저도 다신교 세계에서 일신교 세계로 전환되는 인류사의 대사건을 위의 세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밖에도 분명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37쪽)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이런 일 – 그리스도교가 다신교 사회 안에서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 - 이 가능했는지는 세계사에서도 큰 테마로,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껏 제대로 된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 설명 또한 그런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므로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223쪽)

 

따라서 저자는 역사에 대해 독단적인 자세가 아니라,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대한다.

저자는 그런 자세로 로마사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7개의 항목에 대하여 자기 자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또한 겸손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저자의 자세는 독자들에게 역사를 보는 안목을 기르게 하는 동시에, 로마라는 나라의 역사를 통하여 ‘역사’ 앞에 겸손히 서게 하는 의미가 있다.

 

왜 로마사를 읽어야 하는가?

 

수많은 문명 가운데 기승전결을 이만큼 완벽하게 보여주는 역사는 로마 이외에 없다.

그래서 로마사를 읽으면서 각자 나아갈 길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4쪽)

 

여러 가지를 비교해 볼 때에, 로마 역사는 현대 국가와 닮은 점이 많이 있다. 따라서 로마의 역사는 단순히 과거로 치부할 게 아니라.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 많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로마 역사를 기승전결로 구분하고, 그 가운데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7개의 항목을 질문 형식으로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기(起) - 건국에서 카르타고 멸망까지(B.C. 753~B.C. 146)

승(承) - 내란의 세기에서 네로 황제의 자살까지(B.C. 146~A.D. 68)

전(轉) - 오현제에서 세베루스 왕조의 종언까지(69~235)

결(結) - 군인 황제에서 서로마 제국의 멸망까지(235~476)

 

이에 대해서는 옮긴이가 책의 말미에 아주 잘 요약해 놓았기에, 로마의 역사를 정리해 본다는 차원에서 여기에 옮겨 본다.

 

< 기(起)에서 고대 로마가 공화정을 선택한 이유와 로마군이 강했던 이유에 대해 짚어본다.

로마의 역사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어 제정으로 이행해가는데, 그 과정에서 공화정을 오래 유지한 점이 돋보인다. 또한 고대 로마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리스의 민주정은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승(承)에서는 카르타고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지중해를 제패한 시대, 이어 내란의 시대와 폭군 네로의 시대까지 다룬다. 여기에서는 로마가 왜 제국으로 확대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 주된 계기로서 ‘부의 재분배’와 ‘시민권 부여 방식’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전(轉)에서는 오현제, 즉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서 세베루스 왕조의 종언까지를 다룬다.

이 시대는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의 시대이자 로마 제국이 가장 빛났던 시대로, 로마인의 생활방식이 그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대두하는 그리스도교와 함께 로마인의 생사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끝으로 결(結)은 로마 제국이 무너져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 이민족의 침입, 인프라의 노후화, 이탈리아의 쇠퇴 등이 주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서로마의 멸망에는 갖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그래도 천 년 이상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경이로서 그려진다.>(260-261쪽)

 

그렇게 로마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놓는다.

 

그럼 이 책에 들어있는 질문 7개는 무엇인가?

1 왜 로마인은 공화정을 선택했을까?

2 왜 로마군은 강했을까?

3 왜 로마는 대제국이 되었을까?

4 왜 로마는 속주민에까지 시민권을 주었을까?

5 왜 황제는 빵과 서커스를 제공했을까?

6 왜 그리스도교는 탄압을 받았을까?

7 왜 로마는 멸망했을까?

 

이 책은?

 

한 나라의 역사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특히 그 나라가 1,2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면,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에 보란 듯이 대답을 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천년이 넘는 로마의 역사를 한권으로 묶는다는 시도가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자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문제는 방법인데, 저자는 로마의 역사를 기승전결의 구조로 분류하고, 7개의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며,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로마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방법은 간결하다는 점도 높이 살 수 있으며, 더하여 질문으로 선정된 것들이 로마사의 요체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져, 로마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래서 부제로 붙은 <7 개 테마로 읽는 로마사 1,200년>은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