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가

 

이 책은?

 

깡마르고 키 큰 백인 교수 아리 아이젠과 밤색 법복을 걸치고 안경을 쓴 왜소한 승려 융드룽 콘촉이 함께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주된 무대는 인도의 다람살라 근처에 있는 티베트인을 위한 학교다. 이 학교에서 저자는 티베트 승려를 대상으로 불교와 생물학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서문에서 달라이 라마는 이런 말로 이 책의 의미를 설명한다.

<나는 이런 협업이 인간의 지식을 진전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존재를 전체론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확신한다.>(10쪽)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다음과 같은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균도 의식을 가진 존재인가

생명, 죽음, 그리고 희생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히말리야와 티베트 사람들

생태학과 카르마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한가?

명상과 새로운 질병들

과학과 종교를 넘어서

 

이 책에서 세균에 대해 뜻밖의 발견을 했다.

 

그것은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세균이 의식이 있는 존재인지?

티베트 승려들과 함께 저자는 강의실의 벽에 세포의 모습을 크게 확대하여 놓고 살펴보는 중이다.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세포들을 보면서, 세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세균은 의식이 있는 존재가 아닐까?

 

만약 세균이 의식이 있는 존재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세균으로 환생할 수 있다.

어떤 세균이든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세균에게 연민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36쪽)

 

그래서 이런 말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세포가 가장 기본적인 조각일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세포 하나하나가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57쪽)

 

저자와 함께 이 책의 공저자가 되는, 저자와 함께 티베트 승려의 교육에 참가했던 콘촉의 말이다.

 

내가 세균과 세포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마 고등학교 생물 시간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문과적 생활만 하느라, 생물학 관련 지식은 그저 동식물 구분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으니, 생물의 기본 단위가 되는 세포에 대하여는 거의 문외한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등장하는 세균은 의식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주제는 나의 상식에 원자탄 정도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런 것을 필두로 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와 티베트 승려들의 발언은 나의 생각에 파문을 연속해서 일으키는 커다란 바위, 또는 돌맹이들로 작동을 했다.

또한 생각할 거리들을 무수히 – 해변가에서  볼 수 있는 돌맹이 만큼이나 – 제공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그런 사례들이다.

 

공(空)이란 게 이렇게도 이해될 수 있구나.

 

<세포는 공 개념과 비슷하다. 공이란 아직은 아무 것도 없지만 가능성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공이란 아직은 물질적인 무언가가 없는 잠재 에너지와 비슷하다.> (48쪽)

 

삶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수정에서 탄생까지, 그리고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개체는 매 순간을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그러면서 삶은 계속 이어진다.>(89쪽)

 

변화는?

 

<모든 비영구적인 현상은 변화한다는 속성을 지닌다. 이 때 변화는 사소한 수준과 커다란 수준으로 나타난다. 사소한 수준에서 우리는 사물이 순간적으로 바뀌는 특징을 잡아내지 못하지만 사실 변화는 언제나 일어난다.>(252쪽)

 

이런 말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은 덕분이다.

 

<붓다는 말했다. 진리에 이르는 여정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두 가지 실수가 있다면, 바로 끝까지 가지 않는 것과 시작하지 않는 것이라고.> (29쪽)

 

<꽃을 부위별로 살피고자 해부하고 분석해보면, 우리는 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꽃의 존재와 그 달콤한 향기를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일부분만으로 어떤 꽃을 분석하고 조사하려는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꽃을 이루는 부분과의 연관성을 통해서만 일어난다.> (277쪽)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 티베트 승려처럼, 감정이입을 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해서 처음 등장하는 세균 이야기부터 바짝 긴장을 하고 읽고 들었다.

 

어떤 말로 이 책을 접한 심정을 표현할까?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문화나 환경이 여러분의 것과 무척이나 다른 곳에서 여러분의 전문지식을 설명해야 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바로 스스로의 접근방식과 모형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245쪽)

 

이 문장의 내용을 완전히 뒤집어 나에게 적용하면 그게 바로 내가 이 책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일 것이다. 단,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부분은 뒤집을 필요 없이 그대로 둔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