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때로는 카툰이다. 페이지마다 가득 찬 글, 압도될 것만 같은 문자의 행렬에서 잠시 벗어나 카툰에 기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해서 말끝마다, 문장마다 독자들을 꾸짖는 엄숙주의를 내팽개치고, 잠시 그림의 매력에 빠져 빙긋 빙긋, 때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해보면 어떨까.

 

이 책은?

 

이 책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는 최윤규가 그리고 글을 달았다.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 물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 그림이 영 삐틀삐틀한 느낌이 든다.

 

그림이 세련된 데생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약간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런 그림이 잘 난체 하지 않는 모습으로 다가와 그림이 친근감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성격은 책의 표지에 여러 가지 사항들이 등장하며 알려주고 있다.

 

“최윤규의 세상 그리기”

“쉽고 단순하게 지혜로워지는 카툰”

“이제 새로운 리더가 필요해”

 

세 가지를 종합해보니, 저자 최윤규가 세상사를 그림으로, 그림을 통하여 쉽고 단순하게 지혜로워지는 카툰으로 그렸는데, 이제 지혜로운 리더가 되려면 이 카툰을 봐라, 는 의미이다.

 

우리 마음에 환풍기 하나씩 달아놓자

 

그림 하나를 먼저 보자. 카툰 리뷰이지만, 글로 써야 하니, 한계가 있긴 하다.

 

사람 형체를 가진 그림이다. 머리와 몸통으로 그 그림이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슴, 위와 창자가 들어 있어야 할 곳에 대신 환풍기 한 대가 들어있다.

그리고 그 환풍기를 통하여 품어져 나오는 연기.

 

그 그림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는 이렇다.

<오늘 내 가슴에 환풍기 하나 달았습니다,

응어리 지고, 밑바닥에 숨겨 두었던 모든 분노를 뿜어냅니다.>(113쪽)

 

어떤가? 우리 몸에 그런 환풍기 하나쯤 달아 두어도 좋지 않을까?

 

아니, 설령 그런 환풍기 우리 몸에 달지 못하더라도, 우리 마음에 그런 환풍기 하나씩 달아놓아, 정말 응어리 진 모든 감정들을 밖으로 뿜어내버리면 어떨까?

 

그렇게 진짜 몸에 그런 것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 마음에는 그런 것 너끈하게 달 수 있으니,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우리 삶의 지혜가 아닐까?

 

이 책에는 그런 깨달음의 재료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