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때 여러 기준이 있다.
서평이 좋은 책, 신문의 신간 추천, 과거 읽은 책중 느낌이 좋았던 작가의 책, 아이들의 필독서 등등 그 중 책을 샀을 때 가장 설레이는 것은 단연코 호의적인 작가의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몇 몇에 윤흥길이 있다.
<완장>이라는 책을 읽은 후 그의 섬세한 글솜씨와 사회적 관점에 반했다.
더불어 온 가족 누구의 눈높이에 맞추어도 쉽고 재미있기에 가족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기특하고 고마운 책의 반열(?)에 올랐다.
 제목이 의미 심장한 이 책, 출판사에 다니던 소시민이었던 권씨는 생애 첫 집을 장만하기 위해 철거민촌의 딱지를 무리해서 장만한다. 부부는 기쁨에 겨운 흥분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보름안에 집을 짓지 않으면 토지불하를 취소한다는 통지서를 받는다. 급전을 구해 부부가 겨우 비가릴정도의 허술한 집이라는 모양새를 갖추어놓고 한 숨을 돌릴라치니 난데없이 보름안에  일정액의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해약은 물론 벌적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는 통지서가 또 다시 날아든다. 마을 사람들은 투쟁과 시위를 통해 이들의 입장을 알리기로 결의한다. 권씨는 그 속에 포함되어 행동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자리를 피하려하나 엉겹결에 앞장서 시위를 주도하는 인물이 되어 전과자가 된다.
 그 뒤 권씨의 인생은 내리막길을 거듭하고, 마지막 세집인 오선생 집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 제목의 <아홉켤레의 구두>는 내리막길 인생 권씨의 마지막 자존심의 상징으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세간살이 하나 변변히 없는 그에게 번쩍번쩍 광을 낸 구두들은 주름진 삶을 잊게해줄 방패인 것이다. 갖은 사연들로 이 마지막 자존심인 구두를 불태우며 권씨는 목의 힘을 빼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존심보다 식솔들의 안녕과 끼니가 먼저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이 후 세 편의 연작 단편을 통해 화자가 바뀌어가며 권씨의 남은 삶을 비춘다. 
 70년대가 지났건만 여전히 세상은 혼란스럽고 억울하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이분법적 논리가 아직도 이 사회를 갈등으로 몰고 있고, 자신도 관련된 일에 자신은 직접 뛰어 들지 못하면서 남들의 힘으로 일이 성취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그들 누구를 욕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나도 그 대부분의 하나이며,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이길 바라는 사람의 하나니까.
 윤흥길의 글들은 내게 생각을 하라고 밀어붙인다.
비겁한 내게 행동은 못하더라도  부끄러움 만큼은 알고 살라고 회초리를 든다.
오늘도 그 매를 맞으며 반성한다. 매가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