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 안, 스무 번째 이상의 날개가 파닥거린다. 그 어느 때보다 처연하게.
이번 이상문학상은 수상자들에게도 감회겠지만 스무번째 책을 소장하게 되었다는 나만의 감회와 기쁨도 그에 못지 않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의 책을 모아 놓으니 왠지 모를 뿌듯함에 먹먹해지기까지 한다.
 신선하고 독특하고, 유머러스하며 깊이있는 작가, 박민규가 또 일을 냈구나.
대상수상작 <아침의 문>은 삶과 죽음, 탄생을 박민규스럽게 독창적으로 풀어냈다.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그에게 이 상이 돌아갔으리라 의심치 않을만큼 치밀한 구성과 서사가 돋보였다.
예전의 박민규 글에는 적당한 유머와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예리함이 매력적이었다. 이 글에선 조금은 진화된 박민규를 찾아볼 수 있다. 
 뚜엿한 이유없이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내 집에서 다섯명의 동반자와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한다.  둘은 중간에 마음을 바꾸고, 셋은 원하던 바를 이루었으나  나는...홀로 눈을 뜬다. 편의점 알바생인 그녀는 남자친구의 배신과 임신으로 세상을 저주한다. 알바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그의 집 맞은편 옥상에서 그녀는 붕대에 가려진 배를 풀어헤치고 아이를 낳는다. 그시간 그는 넥타이에 목을 감고 다시 죽음을 준비한다. 그의 눈에 비친 꼬물거리는 생명의 탄생은 따스하다.
 누군가는 이세상을 벗어나려 발버둥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세상에 들어오려 안간힘을 쓴다. 태어남도 죽음도 다 같은 땅에 발을 내리고 있을 뿐, 다름이 없다.
 
편혜영의 <통조림공장>을 읽고 있으니 입안이 비리다. 목구멍에 커다란 꽁치가 발버둥을 치는듯 비늘이 창자를 문질러댄다. 매일이 그날인 무료한 통조림공장,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고 통조림으로 후식을 먹고, 통조림으로 월급의 일부를 받는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그곳에 어느 날 공장장이 실종되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이 들러 조사를 하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사건은 종결되고 그가 없어도 공장은 잘도 돈다. 그런데 통조림 속에는 꽁치, 고등어 같은 공장의 물건뿐 아니라  온갖 개인의 물품이 밀봉됨이 밝혀진다. 독자로서 남의 것을 훔쳐보는 즐거운과 과연 그 안에 무엇이 담겼을까하는 호기심, 공포가 교차되는 짜릿한 글맛이 일품이었다.

 박홍규의 <투명인간>은 아버지의 깜짝 생일선물로 투명인간 놀이를 제안하며 전개된다. 이 시대, 아버지의 부재와 가족의 소통 부족을 투명인간 놀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서술하며 문제의식을 일깨운다.

 김애란 <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은 택시를 모는 바보스런 용대와 불법체류자인 조선족 아내 명화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되고 낮은 자들의 아픔과 존재감을 부각시킨 맑은 글이었다.

 



이상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