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조차 너무나 정성이 느껴지는 이쁜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가구인 화각 삼층장 만드는 과정을 꼼꼼하게 담은 지식 그림책으로,

외동딸의 혼사를 앞둔 아버지의 사랑이 감동스럽게 다가옵니다.

복사꽃 만발한 봄날, 솜씨 좋기로 소문난 장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손님이 찾아 옵니다.
엄마 없이 외롭게 자란 외동딸을 시집 보내려는 아버지가 꽃처럼 고운 새색시에게 어울리는 고운 물건,

평생 가까이 두고 쓸 쓸모 많은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소뿔을 다루는 각질장,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그림을 그리는 화원, 옻칠을 하는 칠장, 쇠붙이로 가구 장식을 만드는 두석장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새색시처럼 고운 그림 옷을 입은 화각 삼층장이 탄생합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 꽃가마 타고 시집가는 날, 새색시 뒤로 외동딸이 부디 잘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선물도 따라 갑니다.

아버지의 사랑도 감동적이지만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화각이란 소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비쳐 보이도록 뒤집어 목공예품에 붙이는 전통 공예 기법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공예 기법으로 화각으로 만든 삼층장은 여간 만들기 까다로운 물건이 아니라고 합니다.

좋은 목재를 골라 못 하나 없이 튼튼하게 장을 짜고 나무가 상하거나 변하지 않도록 옻칠을 합니다.

그리고 이음쇠와 자물쇠로 장식할 뿐 아니라 겉면을 화각 기법으로 치장합니다.
소뿔을 가공해 얇은 각지로 만드는 각질장의 작업은 제가 봐도 너무나 신기한 모습이었습니다.

여러 장인이 일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을 순서에 따라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습니다.

화각 삼층장을 어떤 재료, 어떤 도구로 어떻게 만드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이 책 속에서 장인들의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동현군이 민속촌에 가서 대패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목재의 표면을 곱게 밀어 깍는 연장으로 화각 삼층장을 만들 때도 이 과정이 필요하겠죠?

두석장이 삼층장의 몸통과 문을 이어줄 이음쇠, 자물쇠, 경첩을 만들 때 등장하는 대장간입니다.

쇳물을 붓고 풀무질을 하고 거푸집에 넣어 굳힌 다음 두드리고 펴고 모양 만들고...

소목장, 각질장, 화원, 칠장, 두석장까지 다섯 장인의 솜씨와 정성이 느껴지는 전통공예품을 더욱 소중하게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