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본소설 중에서도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 역시도 [사랑스러워]라는 제목에 완전히 엮겨서 [사랑스러워]를 구입하게 되었다. 완전히 우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보통 연애소설인줄 알고서...  그런데, 전에 언젠가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소설처럼 아름답고 오랜 기억속에 남는 그런 멋지고 아름다운 스타일에 연애소설은 절대 아니다.  그래서 난 한마디로 실망스럽고, 좀처럼 이 몽환적인 분위기에 소설을 받아 들이기에 힘이 든다. 

옮긴이가 표현해 놓은 것처럼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이 그러한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주 몽환적인 분위기에, 이게 도대체 현실을 이야기하는 건지, 아니면 환상을 이야기하는건지 알 수 없다. 다만, 가와카미 히로미 작가의 상상력에는 나도 커다란 별표시를 마구마구 쏟아 주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사랑스러워]는 연애소설이라 한다. 그런데, 정말 우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아주 아름답고,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주인공들의 사랑이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지는 달콤하고 쌉쌀한 그런 보통 연애소설이 아니다. 주인공 엄마의 애인인 치타씨라는 분은 여고생인 미도리코와 말하자면 완전한 원조교제를 하는 것이고, 또 미도리코는 친오빠랑 근친상간을 하는 내용들이 버젓하게 나타나 있다. 이건 분명 우리나라 정서에 비도덕적이다 싶게 맞지 않아서 독자로서 난 많은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가와카미 히로미 작가는 표현하고 있어, 이게 바로 일본 소설에 맛일까나 싶은 생각이 번뜻 떠오른다. 

소설의 이야기는 주인공 마리에가 내용을 설명해 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엄마 가나코는 두 번 결혼하지만 두 번 다 사별을 하고, 지금 만나는 애인은 열두살 연하의 일러스트레이션인 치다 씨다. 또한 치다씨는 가나코의 딸 마리에의 고등학교 제자인 미도리코와 돈을 주고 섹스를 하는 사이이며, 미도리코는 친오빠인 고로를 사랑하고, 고로는 마리에의 애인이다.  또 마리에의 언니인 유리에는 오토히코라는 뚱뚱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심하게 집착하며 귀찮도록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며, 오토히코는 좀처럼 알 수 없는 휴면상태에 들어가 있다. 또한 미도리코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내 평생에 애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스즈모토 스즈로 등 좀처럼 나에 정서와는 맞지 않게 서로 얼키고 설킨 상태의 몽환적 분위기에 [사랑스러워]... 그렇지만, 좀처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도록 만드는 뭔가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래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빠져들어 한순간에 책을 모두 읽어버리게 만든다. 바로 이런 몽환적 분위기에서도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내 생각에 가와카미 히로미 작가의 재능이다 싶다. 

아무튼, [사랑스러워]는 내가 원하던 아름다운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으로 새책처럼 아주 깨끗한 책을 헌책방에서 구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난 조금에 위안을 삼으며, 다시 또다른 연애소설 속으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