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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셋 키우다 보니..같은 이야기 책을 수도 없이 많이 읽게 되네요. 그런데 첫애 때 읽을 때랑, 둘째 때랑, 또 세째 때의 느낌이 조금씩 변하더군요. 잘 알고 있던 이야기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각 출판사에서 다르게 엮어 놓은 이야기를 보며 혼란스럽기도 하고....자꾸 읽다 보니 이런저런 딴 생각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그냥 그러네요.

덕분에 요즘 정말 어떻게 아이들과 책을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라는 고민을 자꾸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거기에 대한 답을 속시원하게 조목조목 적지 못하는 제 능력 부족 탓에 흥미롭게 읽은 글 하나를 올립니다.

제대로 된 옛이야기 책을 기다리며
그림책으로 나온 《콩쥐팥쥐》 의 글을 살펴보고

심명숙·오호선· 이송희

1.들어가는 말

옛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우리 나라 옛이야기가 정말 재미나고 아이들한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요즘은 '이야기를 들려 주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데 많은 어머님들이 옛이야기 그림책을 찾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반갑습니다. 책방에도 우리 나라 옛이야기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번에 좀 살펴보았습니다.
이야기는 〈콩쥐팥쥐〉를 골랐습니다. 《한국구전설화》 1권 (임석재 엮음, 평민사) 평안북도 편에는 〈콩쥐팥쥐〉가 받아 쓴(口述) 그대로 들어 있는데 아주 재미나면서도 그 속에 삶의 진실과 정의가 녹아 있는 좋은 옛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콩쥐팥쥐〉와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여러 〈콩쥐팥쥐〉가운데서도 제일 재미나고 구조가 탄탄한 평안북도 이야기를 원본으로 삼아서 그림책으로 나온 《콩쥐팥쥐》와 견주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림책은 《콩쥐팥쥐》(옛날이야기 시리즈1, 이준연 글, 허영찬 그림, 교학사), 《콩쥐팥쥐》, 《혹부리 아저씨》 (학습판 전래동화 25, 이창수 글, 이범기 그림, 문공사), 《콩쥐팥쥐》(한국전래동화시리즈23, 최봉식 글, 계창훈 그림, 윤진문화사), 《콩쥐팥쥐》 (한국전래동화, 글쓴이 없음, 홍경희 그림, 지경사), 《효녀심청》, 《콩쥐팥쥐》, 《흥부놀부》 (한국전래그림동화2, 고계영 글, 김용석 그림, 태서출판사) 이렇게 5권을 보았습니다. 그 밖에 국민서관, 중앙미디어, 전집류에도 《콩쥐팥쥐》가 들어 있었지만 내용은 모두 비슷해서 5권만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에 이 그림책들의 글만 살펴보았습니다.

2.그림책으로 나온 《콩쥐팥쥐》글의 문제

〈콩쥐팥쥐〉 이야기는 콩쥐로 비유된 선과 팥쥐와 계모로 비유된 악의 싸움이 큰 줄기입니다. 팥쥐는 지혜롭고 부지런한 콩쥐를 못살게 굴다가 끝내는 콩쥐를 죽이고 자기가 대신 행복을 차지합니다. 그렇지만 콩쥐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기 행복과 삶을 되찾아냅니다. 그런 큰 줄기 안에 여러 가지 삶의 굵직한 문제들이 녹아 있습니다. 일하는 삶, 지혜롭고 부지런한 콩쥐를 도와 주는 여러 이웃들, 결혼, 행복, 질투, 싸움, 진실의 승리 따위가 재미난 사건으로 형상화되어 듣는 이들을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다 듣고 나면 콩쥐가 찾은 행복에 기뻐하면서 진실과 정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됩니다.
그런데 그림책으로 나온 《콩쥐팥쥐》를 읽어 보면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없습니다. 왜 그런가하는 점에 대해 받아 쓴 〈콩쥐팥쥐〉와 그림책으로 나온《콩쥐팥쥐》를 견주면서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하나하나 들어서 보이지 못한 것도 있 으니 받아 쓴 〈콩쥐팥쥐〉를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1.시점이 잘못 맞춰져 있습니다. 받아 쓴 이야기를 보면 콩쥐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팥쥐는 콩쥐와 대결하는 조역으로 콩쥐의 모습을 두드러지게 하며 계모는 콩쥐를 행동하게 만드는 사건을 던집니다.

그 후 어느 날 훗오마니는 콩중이한테는 낡은 북과 닥은(주1) 콩을 주구 팍중이한테는 새 북과 니찰밥(주2)을 주구 누구레 베를 더 많이 짜나 내기해 보라구 했다. 콩중이는 낡은 북 개지구두 쉬디 않구 베를 짰다. 머이 먹구프문 닦은 콩을 한 줌 입에 닣고 먹으멘 쉬디 않구 짰다. 그런데 팍중이는 니찰밥을 먹으며 짤라기에 밥이 손에 부터서 이거 까타나 베짜기가 느리구 또 짠 베가 더러워뎄다. 훗오마니는 팍중이가 더 많이 짜고 콩중이는 적게 짤 줄 알았는데 팍중이가 적게 짠 거는 니찰밥 먹누라 손이 찔걱찔걱 부테서 그런 거이라구 해서 담에는 콩중이한테 니찰밥을 해주구 팍중이한테는 콩을 닦아 주었다. 콩중이는 물을 떠다 놓구 물에 손을 당거내서 찰밥을 떼어먹으멘 베를 짜느꺼니 손이 찔걱찔걱 하디 않구 잘 짜구 많이 짰다. 팍중이는 콩알을 한알 한알 집어먹으메 짜 나갈라기에 많이 짜딜 못했다. 훗오마니는 이캐두 팍중이가 콩중이한테 지구 데캐구 콩중이한테 지구 하느꺼니 증이 나서 콩중이를 더 미워했다.(평민사, 135-136쪽)

콩쥐가 지혜롭게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이 베짜기 내기를 보면 뚜렷이 드러납니다. 듣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콩쥐 편이 되고, 착한 콩쥐와 한마음이 되어 마치 자기가 겪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러면서 진실이 승리하고 정의가 꼭 이길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가 그렇게 끝날 때 마음속 깊이 감동을 맛보게 됩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것은 옛이야기의 한결같은 주제이다. 그러기에 이야기란 어떤 것이든 끝이 빤히 내다보인다. 그런데도 재미있는 것은 '대신 겪게 하기'의 즐거움 때문이다. 내가 겪고 싶은 것을 주인공을 내세워 대신 겪게 하면서 누리는 즐거움이다.( 《옛이야기 들려 주기》/ 서정오 글/보리/36쪽)

그런데 그림책들은 시점이 잘못되어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새어머니는 콩쥐를 구박했어요. "새 옷은 당장 벗어 두고 어서 이 헌 옷을 입고 일이나 해!" "메롱, 약오르지?" 팥쥐는 고소해했어요.(지경사, 4쪽)
"이상하네? 어떻게 독에 물을 채웠지?" 집에 돌아온 새어머니는 콩쥐를 혼내려다가 깜짝 놀랐어요. '조런 얄미운 것! 더 어려운 일을 시켜야겠군!'(지경사, 8쪽)

이렇게 심술 사나운 계모와 팥쥐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콩쥐는 당하기만 하는 불쌍한 조역으로 나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이야기가 펼쳐지면 어떻게 착한 콩쥐가 자기 행복을 찾아가느냐 하는 것에 관심이 가지 않고 계모와 팥쥐가 심술부리는 엉뚱한 모습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이야기의 핵심을 흐리는 것입니다. 아이들한테 아첨하는 만화나 명랑동화들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내용과는 관계도 없는 얕은 재미와 눈요기거리에 치우친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2.인물형이 잘못 되어 있습니다. 받아 쓴 이야기에서 밭매기와 베짜기 따위의 일을 할 때 보면 콩쥐는 지혜롭고 부지런하고 그러면서 착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앞에서 베짜는 보기를 들었는데 거기에서 콩쥐는 콩을 한 줌씩 집어 넣어 먹고 찰밥은 물을 묻혀가면서 떼어먹습니다. 일 잘하는 지혜로운 콩쥐의 모습이 듣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합니다. 팥쥐는 찰밥이 손에 붙는지도 모르고 그냥 짜서 찔걱찔걱 늦게 짜고 베에다 붙어버리고 콩은 한알 한알 집어 먹습니다. 두 사람의 인물형이 얼마나 잘 드러납니까? 또 팥쥐가 욕심 사나운 것은 밭매기에서 잘 드러납니다. 콩쥐는 밭 매러 갔다가 하늘
에서 내려온 암소한테 맛있는 것을 많이 얻어 옵니다. 팥쥐한테도 콩쥐와 똑같이 하늘에서 암소가 내려와 자기 밑구멍에 손을 넣어보라고 하지만 팥쥐는 너무 욕심을 부려 도리어 혼이 납니다

팍중이는 기뻐서 맥 감구 손 싯구 발 싯구 소 밑구넝에 두 손을 디리 밀었다. 과자와 떡이 많이 있으느꺼니 많이 꺼내 먹갔다구 두 손에 많이 쥐구서 손을 뺄라구 했다. 그런데 손에 쥔 거이 너머너머 많아서 손이 나오딜 안했다. 소는 다라 뛰었다. 팍중이는 손을 빼디 못해서 소에 매달레 개지구 끌리워갔다. 소는 들루 가시밭으루 뛔다넸다. 그래서 팍중이는 온몸이 다티구 글키구 째지구 해서 피투성이가 됐다.(평민사, 135쪽)

이렇게 받아 쓴 이야기에서는 김매기와 베짜기와 같은 일을 콩쥐와 팥쥐가 되풀이하면서 두 사람의 성격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콩쥐는 지혜롭게 씩씩하게 일을 합니다. 팥쥐는 욕심이 많아 스스로 일을 망치고, 일도 잘 못합니다. 그러니까 팥쥐는 점점 더 질투에 불타다가 끝내 콩쥐를 죽이고 자기가 대신 콩쥐 노릇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림책들을 보면 콩쥐는 당하기만 하는 불쌍한 모습으로 연민을 불러 일으킵니다.

콩쥐는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슬퍼서 슬퍼서 죽고만 싶었어요.(문공사, 18쪽)
"돌밭엔 풀도 많구나. 나무 호미로 어떻게 돌밭의 풀을 맬까?" 콩쥐는 밭고랑에 앉아서 걱정을 늘어놓았습니다.(교학사, 12쪽)

일하는 콩쥐의 모습은 어느 그림책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그림책만 본다면 콩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을 받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야기가 아주 달라져 버린 것이지요. 팥쥐도 무조건 콩쥐를 미워하고 약 올리고 놀고 먹기만 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흥, 싫어. 네 까짓 게 무슨 언니냐?"(태서출판사, 26쪽)
"시킨 일 다 해 놓고 와야 돼." 팥쥐도 덩달아 약을 올립니다.(태서출판사, 32쪽)

콩쥐도 팥쥐도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받아 쓴 이야기에서와 같이 콩쥐와 팥쥐가 일로 대결하면서 서로 대조적인 사람으로 뚜렷하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의 글은 재미없고 시시합니다.

3.중요한 부분이 잘려있고 죄에 마땅한 벌을 내리지 않습니다. 받아 쓴 이야기를 보면 선과 악의 싸움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이 이야기 뒷부분인데, 그림책에서는 모두 잘려 있습니다. 팥쥐는 질투에 불타다가 끝내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콩쥐 노릇을 하면서 콩쥐의 행복을 모두 차지합니다. 그렇지만 콩쥐는 다시 함박꽃으로 살아납니다. 감사가 그 꽃을 따다가 처마 끝에 달아 놓으니 꽃(콩쥐)은 감사를 어루만지고, 팥쥐가 지나가면 쥐어뜯고 못살게 굽니다. 팥쥐가 화가 나서 꽃을 아궁이에 넣고 불을 땝니다. 그런데 꽃(콩쥐)은 또 구슬이 되어, 옆집 할머니가 구슬을 주워 갑니다. 콩쥐는 할머니한테 감사를 청하게 해서 감사한테 진실을 밝힙니다. 그래서 팥쥐와 계모는 죽임을 당하고 콩쥐는 감사와 잘 살았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콩쥐가 죽어도 죽어도 또 살아나 끝내 자기 행복을 되찾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 끈질긴 목숨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서 듣는 이들은 선이 악을 물리치는 것을, 진실과 정의가 끝내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끼고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감사는 그 꽃을 개지구 집에 돌아와서 집 넝납새(주3)다 끼워 뒀다. 그리구 맨날 보구 있는데, 이 함박꽃은 콩중이 넝혼이 된 꽃이 돼놔서 감사가 나가구 들구 할 적에는 활작 피구 웃구 머리를 쓸어 주구 했다. 그런데 팍중이가 토당을 올르구 내리구 할 적에는 꽃이 시들고 팍중이 머리털을 줴뜯구 했다.(평민사, 137-138쪽)

아이들은 여기에서 참 좋아합니다. 콩쥐가 팥쥐를 그렇게 혼내는 것이 재미나고 또 속이 시원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여기가 모두 잘려있습니다. 길이의 문제가 있어 끝을 잘랐다 치더라도 죄에 마땅한 벌은 받으면서 끝나야 할텐데 그것조차 고쳐져 있습니다. 먼저 받아 쓴 이야기의 끝을 보면 이렇습니다.

그때 농 안에 있든 콩중이는 뛔나오멘 "여보 감사님 제까치가 짝짝이구 까꾸리 논 건 알멘서 제 처권(주4) 바뀐 건 모릅니까?" 했다. 감사는 이 말을 듣구 그제야 깨닫구 팍중이와 팍중이 오마니를 죽이구 콩중이와 잘 살았다구 한다.(평민사, 138쪽)

그림책들을 보면 팥쥐와 계모가 어떻게 되었는지 말 없이 끝나는게 대부분이고 교학사 것은 '새어머니와 팥쥐는 울다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습니다.(46쪽)'로 되어 있습니다. 지경사 것은 콩쥐가 애원하여 계모와 팥쥐는 용서받으면서 끝납니다. 그렇지만 나쁜 사람이 죄에 걸맞는 벌을 받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정의는 꼭 이긴다는 삶의 진실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세상의 올바른 질서를 되찾을 수 없다면 위안은 얻을 수 없다. 나쁜 사람은 죄를 받고, 주인공의 세계에서 악이 사라져야만 한다. 악이 사라진다면 또 주인공이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막는 것은 없게 된다.( 《옛날이야기의 본질》 , '공상, 회복, 도피, 위안' 가운데, 베틀하임 글)

4.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기쁨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옛이야기 속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또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이런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끝없이 드넓히고 놀이처럼 즐거워합니다. 〈콩쥐팥쥐〉에서도 콩쥐가 죽었다가 다시 꽃으로 구슬로 그리고 다시 콩쥐로 살아나는 것이나, 죽은 엄마의 영혼이 암소로 내려와 밑구멍에서 먹을 것을 주는 것이나, 말 못하는 짐승들이 콩쥐를 도와 일을 풀어 나가는 사건들이 빠르게 펼쳐지면서 듣는 이들을 이야기에 끌어들입니다. 마음껏 상상의 세계를 즐기게 합니다.

그러느꺼니 하늘서 암소 두 마리가 내리오더니 와 울구만 있능가 하구 물었다. 콩중이는 자기에 신세가 고생스럽구 슬퍼서 운다구 하멘 게모 밑이서 지내는 고생을 다 말했다. 그러느꺼니 소는 아릇탕에 가서 발 싯구 둥탕에 가서 맥감구 웃탕에 가서 머리 감구 멩디 수건으루 손에다 감구 내 밑구넝에 디리밀어 보라구 했다. 콩중이는 암소가 말한 대루 아릇탕에 가서 발 싯구 둥탕에 가서 맥감구 웃탕에 가서 머리 감구 멩디 수건으루 손에다 감구 소 밑구넝에 디리밀어 보느꺼니 과자며 떡이며 한머사니(주5) 나왔다. 콩중이느 그거를 싯컨 먹구 남아지는 싸개지구 집으로 왔다.(평민사, 134쪽)

상상의 세계가 황당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콩쥐가 열심히 일하다가 절실한 마음이 되어 도움이 꼭 필요할 때 암소가, 참새가, 두꺼비가 도와주는 것은 마법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듣는 이들의 감정이 하나가 되었을 때 상상의 세계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게 일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늘 보는 암소, 두꺼비, 참새들로 형상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일을 해내려는 마음, 누군가 도와 주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것이 우리 곁에 늘 있는 짐승들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림책에는 이 상상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주 우스꽝스럽습니다.

콩쥐는 부러진 나무 호미를 어루만지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움무우-움무- 콩쥐 아가씨! 내가 김을 매어 줄 테니, 아가씨는 밭둑에 앉아서 사과를 먹어요 ." 황소는 빨간 사과가 가득히 들어 있는 바구니를 콩쥐에게 주고, 돌밭에 자란 풀을 입으로 뽑았습니다.(교학사, 14쪽)

현실적인 설명, 맥빠진 대화체로 지리하게 사건이 전개됩니다. 주인공과 한마음이 되어 재빠르게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체험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5.쓸데없는 설명들이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받아 쓴 이야기에서는 계모의 딸이 팥쥐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전제 없이 바로 사건으로 들어가서 사건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넨날에 콩중이와 팍중이라는 두 체네가 있었다. 콩중이는 전댕내 딸이구 팍중이는 후댕내가 데리고 온 웨넹기(주5)드랬소. 어늬 날 후댕대는 콩중이한테는 나무 호무와 3년 묵은 게밥(주6)에 3년 묵은 콩 썩은 거를 주멘 자개돌 달밭(주7)에 가서 김을 매라 하구 팍중이한테는 쇠 호무와 팍밥을 주멘 사라구(주8)밭을 매라구 했다.(평민사, 133쪽)

이렇게 묘사와 설명없이 사건만 쭉쭉 서술해 나가면서 이야기 주제를 뚜렷하게 하는 것이 옛이야기의 특징입니다.

스토리가 얼마나 간결하게 말해져 있는가에 대해서 눈여겨 보자. 스토리에 꼭 필요한 것 이외는 세부는 아무것도 묘사하지 않았다. 정수(精粹)만을 남기고 다 깎아버렸다.( 《아동문학론》/릴리안 스미스 글/교학연구사, 57쪽)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필요없는 묘사와 설명이 많아 줄거리의 핵심을 놓치게 하고 이야기를 비뚤어지게 합니다. 윤진 문화사 것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콩쥐 부모님이 신령님께 빌어 콩쥐를 얻은 것과 어머니가 병들어 죽는 내용)가 3-7쪽까지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받아 쓴 이야기를 보면 콩쥐가 예쁘고 팥쥐가 밉다는 말이 없는데 그림책들의 글에는 모두 착하고 예쁜 콩쥐와 못되고 미운 팥쥐라는 전제가 깔립니다. 착하고 예쁜 사람은 복을 받게 되어 있고 미운 애는 심술 맞고 벌을 받을 거라는 따위의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새어머니도 '팥쥐'라는 딸을 낳았어요. 콩쥐는 자랄수록 예뻐지고 마음도 착해서 보는 사람마다 칭찬을 했습니다. 그러나 팥쥐는 얼굴도 못생기고 마음도 곱지 못했어요.(지경사, 3쪽)
콩쥐는 새어머니에게 곱게 절을 했습니다. "애잉, 쯔쯔 내 딸 팥쥐보다 예뻐서, 배가 아프구나, 애잉 ."(교학사, 6쪽)

더구나 그림책에 나오는 콩쥐가 늘 당하고 그러면서도 참고 견디는 모습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큽니다.

새어머니는 집안일을 모두 콩쥐에게 시키고 팥쥐는 편안히 놀게 했습니다. 힘이 들 때는 눈물이 저절로 나왔지만 착한 콩쥐는 새어머니와 팥쥐를 미워하지 않았어요.(지경사, 5쪽)

'착한' 것은 '수동적'인 것이고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며, 그것이 '좋은' 것이고 '그래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6.재미없는 설명투의 문어체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옛이야기는 같은 서술이나 숫자를 되풀이하고, 군더더기 없이 운율있는 입말들로 되어 있어 문장이 짧고 명쾌합니다. 되풀이를 써서 귀를 울리는 즐거운 맛이 뛰어납니다. 이렇게 놀이처럼 즐겁게, 삶의 진실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이야기의 주제를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옛이야기의 말입니다. 〈콩쥐팥쥐〉에도 그런 특성이 잘 담겨있습니다. 앞에서 여러 보기를 들었는데 평민사 것으로 암소가 내려온 대목이나 김매기와 베짜기하는 부분을 꼼꼼히 읽어 보시고 그림책의 글을 함께 견주어 보세요. 그림책의 글에는 자연스러운 입말이 살아있지 않고 같은 서술을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설명하는 말로 되어 문장이 재미없습니다.

7.〈신데렐라>를 본뜬 이야기도 있습니다. 〈콩쥐팥쥐〉하면 〈신데렐라〉를 떠올리고 똑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받아 쓴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누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깨웠는가》/이링페처 글/이진우 옮김/철학과현실사)를 견주어 보면 〈콩쥐팥쥐〉가 더 재미나고 더 좋은 이야기입니다.
먼저 콩쥐와 신데렐라를 견주어 보면 콩쥐는 앞에서 든 여러 가지 사건에서 지혜롭고 부지런하고 끈질지게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데렐라〉에서는 신데렐라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했는지 얼마나 수모를 당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거기서 그 소녀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힘든 일을 해야 했는데 새벽에 일어나 물을 긷고 불을 지피고 요리하고 청소까지 해야 했습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의붓언니들은 갖가지로 괴롭히고 조롱하면서 완두콩과 불콩을 재 속에 쏟고는 신데렐라로 하여금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줍게 하였습니다. 힘든 일을 하여 피곤한 밤에도, 그 소녀는 침대에서 잘 수 없고 불 옆에 있는 재 위에 몸을 눕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재먼지를 뒤집어 써서 꾀죄죄하고 더러웠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데렐라라고 불렀습니다.(철학과현실사, 126쪽)

그리고 신데렐라는 엄마 무덤에 가서 하루 세 번씩 울며 기도하는데, 그러면 하얀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원하는 것을 던져 주곤 합니다. 콩쥐와 견주어 볼 때 신데렐라 너무 나약하고 당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주제가 무엇이냐를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콩쥐는 죽어서도 다시 살아나 팥쥐가 빼앗아간 자기 삶을 되찾고 있습니다. 악에 맞서서 선이 어떻게 끈질기게 이겨내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신데렐라〉에서는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 왕자가 신데렐라한테 반하게 되고 끝내 둘이 결혼하는 이야기가 핵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신데렐라〉 뒷부분은 신데렐라가 새가 떨어뜨려준 예쁜 옷을 입고 3일 동안 왕자의 축제에 가서 왕자와 춤을 추고 돌아오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그러다 마지막 날 신을 떨어뜨리고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링페처는 〈신데렐라〉를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누가 가장 먼저 그 이야기를 지어 내고, 왜 무슨 이유에서 지어 냈을까? 누구였든 간에 그 동기는 분명한데, 그것은 민심을 안심시켜야 하는 것이다. 기다리기만 해라, 너희 가난하고 억눌리고, 착취당하고 경멸받는 자들아, 언젠가는 너도 금과 은 속에서, 아름답고 막강한 왕자 옆에서 너의 착취자들에게 승리를 거둘 것이다. 꿈은 아름답지만, 행동을 못 하게 하고, 꿈 꾸는 자들로 하여금 단지 나쁜 현실을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것이다.(철학과현실사, 137쪽)

우리는 이 비판이 옳다고 생각하며 받아 쓴 〈콩쥐팥쥐〉는 그런 비판에서 벗어나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콩쥐는 행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계모의 박대를 받을 때도 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열심히 일을 했고 또 죽임을 당하고 나서도 스스로 다시 태어나 팥쥐와 싸우고 또 죽어도 다시 태어납니다. 콩쥐는 자기 힘껏 싸워서 자기 행복을 찾은 것입니다. 그래서 〈콩쥐팥쥐〉는 악에 맞서서 선이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고 〈신데렐라〉는 가난한 처녀가 어떻게 왕자와 결혼하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콩쥐도 감사와 결혼하지만 그것이 〈신데렐라〉처럼 두드러지게 강조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혼이 마치 행복의 끝인 것처럼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 뒤에 피양감사가 지나가다가 이 신 한 짝을 얻어서 이 신 님재를 찾아서 처권을 삼갔다구 사람 많이 모인 잔채집에 와서 신 님재를 얻어 봤다. 팍중이가 나와서 그 신은 내 신이우다 했다. 감사는 그 신을 팍중이에게 신게 보느꺼니 맞디 안아서 감사는 안된 년이라구 귓쌈을 때렸다. 고 담에 팍중이 오마니레 그 신은 내 신이우다 하멘 신었다. 그런데 이것두 맞디 안해서 감사는 너두 못된 년이라 하구 귓쌈을 텠다. 고 담에 콩중이가 신어 봤다. 그랬더니 그 신은 콩중이 발에 딱 맞아서 감사는 이 체네레 정말 신 님재라 하구서리 콩중이를 데리구 가서 처권을 삼았다.(평민사, 136쪽)

그리고 바로 팥쥐가 콩쥐를 죽이는 대목으로 들어갑니다. 다시 말하면 〈신데렐라〉에서는 왕자와의 결혼이 행복의 끝으로 되어 있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가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콩쥐팥쥐〉에서 감사와의 결혼은 지혜롭고 일 잘하는 콩쥐가 마땅히 얻을 행복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이 행복의 끝이 아니라 자기 삶을 끈질기게 찾아가는 것을 더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데렐라〉보다 〈콩쥐팥쥐〉가 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큰 까닭입니다. 그런데 그림책 가운데 교학사 것을 보면 〈신데렐라〉를 본떠 왕자가 콩쥐의 모습에 반하는 것(34쪽-40쪽)을 줄거리에 끼워 넣었습니다.

"아가씨! 아가씨는 어느 마을에서 오신 누구십니까?" " 왕자님을 만난, 콩쥐는 부끄럽고, 가슴이 두근거려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아가씨! 아가씨." 왕자님은 달아나는 콩쥐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콩쥐는 꽃신 한 짝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쏜살같이 달아났습니다.(교학사, 36-38쪽)

이렇게 옛이야기 그림책이나 옛이야기 책을 만들 때, 아무 생각없이 다른 것을 본떠 끼워 넣거나 마음대로 줄거리를 바꾸어 버리는 일이 많은데 깊이 생각해서 해야 될 일입니다.

3.나오는 말

지금까지 받아 쓴 〈콩쥐팥쥐〉와 그림책으로 나온 《콩쥐팥쥐》를 견주어서 그림책의 글 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 콩쥐가 지혜롭고 부지런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 나타나지 못한 점, 콩쥐와 팥쥐가 일로 대결하지 않아 선과 악의 싸움, 진실과 정의의 승리라는 받아 쓴 〈콩쥐팥쥐〉의 큰 주제가 그림책의 글에서는 모두 사라졌다는 점, 쓸데없는 설명으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고 핵심을 흐리는 점, 생각없이 중요한 대목을 없애거나 바꾸고 다른 이야기를 본뜨는 것들이 그림책 글의 문제였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받아 쓴 〈콩쥐팥쥐〉의 재미와 깊은 감동들이 그림책의 글에서는 살아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부모님들, 작가와 화가 여러분들, 어린이 책을 만드는 분들이 다같이 힘을 모아서 좋은 우리 옛이야기를 잘 찾아서 우리 아이들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애쓰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된 우리 옛이야기 책을 우리 아이들한테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 글은《동화읽는어른》1995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오호선이 정리했습니다. 오호선 회원은 어린이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 《한국구전설화 1권》 (임석재 엮음, 평민사)
- 《콩쥐팥쥐》 (옛날이야기 시리즈1, 이준연 글, 허영찬 그림, 교학사)
- 《콩쥐팥쥐》《혹부리 아저씨》 (학습판 전래동화 25, 이창수 글, 이범기 그림, 문공사)
- 《콩쥐팥쥐》 (한국전래동화시리즈23, 최봉식 글, 계창훈 그림, 윤진문화사)
- 《콩쥐팥쥐》 (한국전래동화, 글쓴이 없음, 홍경희 그림, 지경사)
- 《효녀심청》《콩쥐팥쥐》《흥부놀부》 (한국전래그림동화2, 고계영 글, 김용석 그림, 태서)
- 《옛이야기 들려 주기》 (서정오 글, 보리)
- 《옛날이야기의 본질》 (베틀하임 글)
- 《아동문학론 》(릴리언스미스 글, 교학연구사)
- 《누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깨웠는가》 (이링페처 글, 철학과현실사)

주1) 볶은
주2) 찹쌀밥
주3) 처마끝
주4) 아내
주5) 많이
주6)
주7)겨로 지은 밥
주8)억새풀이 난 밭
주9)풀 이름, 매기 쉬운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