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고양이가 고양이를 위해 쓴 원고를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서 만든 책이라니, 아주 솔직하게 풀어 쓴 평범한 제목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는 물론이고 모든 반려동물과 담 쌓고 사는 나 같은 사람도 호기심에 동해서 들여다 보게 되는 책이다. 특히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나게 영리한 암코양이 작가의 새침한 말투는 고양이 독자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 독자를 매료시키기에도 충분했다.

고양이가 썼다고 보기에 믿기지 않을 만큼 글에 고스란히 담긴 노련함이 다소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것조차 고양이를 얕보는 인간의 편견이라 여겨질 만큼 참 친절하고 자세한 지극히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다. 인간의 집을 ‘접수하는’ 것부터 시작해 놀라울 만큼 통찰력이 돋보이는 인간 파악법, 예절, 육아, 두 집 살림 등 고양이의 삶의 필수 항목들에 대해 아주 쉽고 재미있게, 고양이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백분 살려 쓴 정성이 돋보인다.

그렇게 한참 재미있게 읽다 보면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고양이의 삶이 아주 새롭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인간의 입장과 시선에서 보기엔 다소 굴욕(?)적이게 느낄 부분이 상당하지만 잊지 마시길. 이 책은 아기 고양이와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한 친절한 ‘고양이용 지침서’라는 것을. 솔직히 ‘고양이를 의인화하기 좋아하는 것이 인간’이라 말하고 있는 이 고양이라는 동물도 흡사 ‘인간 같다’는 느낌이 노골적으로 들게 만든다는 점은 모르는 척 눈을 찡긋 감아준 채 말이다.

이 책만큼은 복잡한 인간 관계 및 세상사에 연관 시켜 복잡하게 읽지 않기를 권하고 싶다. 그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똑똑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고양이’라는 생물을 더없이 더 사랑하게 될 것이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고양이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값진 경험과 기쁨에 재미까지 얻어갈 수 있는 딱 거기까지만 해도 매우 만족스러운 한 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