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주홍글자 (The Scarlet Letter)

작가: 너새니얼 호손 (NATHANIEL HAWTHORNE) / 김지원, 한헤경 옮김

출판: 펭귄클래식 (Penguin Classics)

주홍글자의 배경이 되는 청교도는 16세기 중반 영국 국교회의 박해를 피해 1620년 메리플라워호를 타고 신앙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도착하여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다.

당시 청교도의 교리는 율법을 중시하던 것으로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가르침 그대로 실천해야하고, 그것이 선택받은 자의 증거가 된다고 보았기에 도덕과 죄의 문제에는 민감하였다. 더욱 '원죄'에서 구원을 얻은 자로서는 금욕과 절제를 중심으로 살아 죄악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높은 도덕률로서 인간의 본성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청교주의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은 마녀재판이나 퀘이커교도의 박해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작가인 너새니얼 호손의 선조가 마녀재판의 판사였고, 퀘이커교도의 박해자였던 사실은, 미국 문학의 첫손으로 꼽히는 고전인 <주홍글자>를 편찬하는 중요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여주인공인 헤스터 프린은 오랜동안 나타나지 않는 남편이 죽은줄 알았고, 딤즈데일 목사와의 사이에서 딸을 얻는다. 엄격했던 청교사회였던 그곳에서 헤스터 프린은 마녀재판을 받아 마땅한 부정의 죄를 저지른 여자였고, 부정의 죄로 태어난 딸 펄은 마녀의 자식이었다.

이 부정의 죄로서 헤스터 프린은 공개 재판을 받게되고 딸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채, 평생을 간음(Adultery)의 표식인 주홍글자 <A> 를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반면, 촉망받는 목사요. 존경의 대상이었던 딤즈데일은 자신이 헤스터의 부정의 대상임을 스스로 밝히지 못한다. 헤스터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죄와는 상관없이 사람들로부터 위대한 목사로 칭송받는다. 

뒤늦게 나타난 헤스트의 본 남편 로저 칠링워스는 딤즈데일이 펄의 아버지임을 알고 정신적으로 괴롭히는데.

가슴에 <A>를 달고서도 딸과 함께 초라한 오두막집에 살면서 바느질을 하는 헤스터 프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의 대상이었던 헤스터 프린은 그에 굴하지 않고 강인한 여성으로서, 강인한 어머니로서, 오히려 어려운 처지에 사람들을 도와주며 나날을 보내지만, 딤즈데일 목사는 자신의 죄를 가슴에 묻어둔 채 정신적으로 피폐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면 우리가 말하는 '죄'라는 것은 무엇일까.

남이 알면 죄가 되고, 알지 못하면 죄가 되지 않는 것일까.

혹은, 죄의 기준은 무엇일까.

치욕의 표식인 <A: Adultery>를 자기희생적 삶으로 후에는 천사의 표식 <A: Angel>로 탈바꿈하게 한 헤스터 프린과, 겉으로는 사회적 존경을 받은 훌륭한 목사였지만 기나긴 세월을 고통으로 보낸 딤즈데일.

너새니얼 호손의 문학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구되어 논문으로 발표가 되며,

주홍글자에서 보여주는 A의 상징성이 여럿으로 분석된다는데,

이 작품은 <두고두고 읽어볼 책 리스트>에 올려놓고 다시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섣부르게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단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죄악의 문제이기에.

p.350

이후 그 상징이 그녀의 가슴에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헤스터가 고생스럽고 사려 깊은 자기희생적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그 주홍 글자는 더 이상 세상의 조롱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낙인이 아니라 더불어 슬퍼해야 하고 두려움과 존경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것의 표상이 되었다.

검은색 바탕에, 주홍글자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