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두교 사원의 신비로운 보석 월장석에 얽힌 전설과 모험담에 매료된 헨커슬 대령은 전투의 혼란을 틈타 월장석을 차지한다.

월장석을 지키던 인도인이 그의 공격을 받고 죽어가면서 "너와 네 가족은 반드시 월장석의 복수를 받을 것이다.'"라는 저주의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생전에 자신을 괄시한 누이동생 벨린저 부인의 외동딸 레이첼에게 보석을 남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헨커슬 대령이 사망하자, 유언집행인인 프랭클린이 레이첼에게 월장석을 전해주러 여행길에 오르게 되는데, 그의 뒤를 의문의 인도인들이 쫓는다.

 

윌리엄 윌키 콜린즈의 [월장석]은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다중시점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주인공이 돼서 서술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다양하게 사건을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작가의 전작인 [흰옷을 입은 여인] 역시 다중시점이 등장하는 작품이니 나중에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색다를 것 같다.

그외 이언 피어스의 [핑거포스트]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꽤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월장석에 얽힌 저주는 과연 일어날 것인가, 힌두교 사원에서 추앙받던 보석인 월장석을 되찾기 위한 인도인들의 집요한 추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흥미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진도가 안 나갔지만 분실된 월장석의 행방과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중반 이후부터는 가속이 붙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부분이 나름 단서겠거니 생각하며 그쪽으로 초점을 맞췄는데 밝혀진 사건의 진상이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거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마다 [로빈슨 크루소]에서 해법을 찾고 깨달음을 얻는 집사 베텔레지의 독특한 삶의 철학이 인상적이어서 기회가 되면 [로빈슨 크루소]를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텔레지 외에도 두 번째 화자로 등장하는 클라크양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녀의 기행이 묘사된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철썩같이 믿고 있는 종교의 전파를 위해 곳곳에 신앙서적을 배포하고 전도하기 위해 애를 쓰는 클라크양의 모습을 보니, 요즘 교회를 믿으라면서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복잡한 레이첼의 심리상태나 독신여성 클라크양의 모습 등 남자 작가임에도 여자의 심리를 실감있게 그려낸 점이 재미있었다.

자신과 한여인의 러브스토리에 기인해서 [흰옷을 입은 여인]을 집필하게 됐다고 하던데, 작가인 윌리엄 윌키 콜린즈는 꽤나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었나 보다. 

 

추리소설의 효시로 일컫는 작품이 에드가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이라면, [월장석]은 최초로 영국인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하니 작품 속 커프 경감의 활약상을 보면서 홈즈가 탄생하기 전 영국 탐정사의 태동을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