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뺑소니범에게 아들 마티를 잃은 추리소설 작가 프랭크 케언스는 경찰이 범인의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사건이 지지부진하자, 자신이 직접 범인을 잡아 처단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단서를 찾아가던 프랭크는 드디어 뺑소니범의 정체를 파악하고 계획대로 그를 사지까지 몰고 갔지만, 이미 계획을 눈치채고 있던 그에게 살해계획을 적은 일기를 빌미로 되려 협박을 당하고 만다.

프랭크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그날 오후 뺑소니범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프랭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탐정 나이절 스트레인지웨이스를 고용한 프랭크의 결백은 밝혀질 것인가.

 

나는 한 남자를 죽이려고 한다. 그의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그를 찾아내 죽이고야 말 것이다.

 

독특하게 살해를 하겠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도서추리와 범인의 윤곽에 초점을 맞춘 후더닛이 절묘하게 결합 되어있는 작품이었다.

마티를 죽인 뺑소니범을 직접 응징하기로 결심한 펠릭스 레인(프랭크 케언스의 필명)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는 전반부는 정통성을 약간 벗어나긴 했지만 기본적인 도서추리의 틀을 따라 살인을 계획한 인물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뜻밖의 상황이 펼쳐지는 중반부 이후부터는 다수의 용의자들이 등장해서 그들 중 누가 범인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흥미롭게 진행이 되어진다. 

 

도서 - 도치서술의 준말. 시간에 따라 차례대로 서술하는 순차서술과는 달리 순서를 바꿔서 서술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추리소설에 사용되는 도치서술은 미리 범인이 등장하기 때문에 범인의 정체가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범인이 완전범죄를 구상하는 과정이나, 범인과 치열한 두뇌대결을 펼치다가 범인의 허를 찔러서 결국 무릎을 끓게 하는 탐정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 된다.

유명한 TV 시리즈 [명탐정 몽크]처럼 진행되는 서술기법을 도서추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범죄든 정당성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지만, 파렴치하고 뻔뻔한 아들의 살인범을 향한 펠릭스 레인의 울분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 예상했던 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면서 재미와 긴장이 더해졌고 어찌 보면 최상의 마무리일 수도 있는 안타까운 결말에 먹먹함을 느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문장들과 인간의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게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나 양심과 증오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펠릭스 레인의 모습을 햄릿의 우유부단함에 빗대어 표현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모처럼 취향에 맞는 매력적인 작가를 만났다.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은데 과연 출간이 될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