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중에서 경찰이나 탐정이 등장하는 범죄소설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편견없는 시선으로 피해자를 대하는 그들의 진실된 마음과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사명감에 감명받아서 였다.

 

피해자의 아픔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의 신념이 무너질까 흔들리기도 하고 불안해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사건을 해결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중년경찰이나 탐정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리 보슈 - 본명 히에로니머스 보슈. 매춘부의 사생아로 11살 때 엄마가 살해 당하자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생활함.

베트남 전에 자원 입대해서 땅굴쥐로 복무하다 전역한 후 경찰이 된 이력의 소유자.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과 땅굴쥐로 활동했을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한때는 촉망받던 LA 경찰국의 강력반 형사였지만, 비무장 상태의 연쇄 살인범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일로 인해 할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됐다.  

뛰어난 직관과 사명감, 피해자들에 대한 열정을 가진 그는 조직의 규율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탓에 고위 관료들에게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이다.  

 

한 약물중독자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해리 보슈는 사망자가 베트남 전에 참전해서 자신과 함께 땅굴쥐로 활동했던 메도우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의 죽음에 몇 가지 의문점이 발견되면서 교묘하게 중독사로 위장한 살인사건임을 직감하고, 여느 약물중독자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죽음으로 결론을 내려는 상부의 명에 반해서 메도우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메도우스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조사하던 보슈는 LA에서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에 메도우스가 관련되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FBI와의 공조 수사를 하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지만 다시금 과거의 끔찍한 악몽과 맞서게 되는데......

 

이 작품은 베트남 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참혹한 현실과 어둠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실감있게 묘사했는데, 아래의 문구에서 그들의 모습과 해리 보슈의 암울한 삶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땅굴 속으로 들어갈 때, 파란 세상에서 암흑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하곤 했다. 땅굴은 검은 메아리였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P91)

 

읽은 다음에 바로 서평을 써야 당시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런 저런 복잡한 일로 인해 미뤄지다 일주일 이상 지난 후에 쓰려니 이거, 어렵구만.ㅜ.ㅜ

뭐, 어쨌든 <블랙 에코>를 읽다 말고 국내에 출간 된 해리 보슈 시리즈 전부를 주문했으니 이 시리즈가 매력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흡인력 있는 글솜씨, 탄탄한 전개와 구성, 거기다 매력적인 주인공까지. 상당히 흥미로운 글을 쓰는 작가를 또 한 명 알게 됐다.

마이클 코널리의 작품 경향이 나하고 잘 맞아서 한동안 빠져지낼 듯.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와 만났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꾸준히 작품을 내주는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해리 보슈 시리즈 전권을 출간할 예정이라 하니, 책장 한쪽 면에 마이클 코넬리가 자리잡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