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인종차별 정책이 한창 만연하던 남아프리카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자신들의 정치기반을 잃지 않으려는 보어인들은 넬슨 만델라의 암살을 모의한다.

그리고, 스웨덴의 소도시 이스타드 경찰서에 실종 신고된 여성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 사건을 조사하던 발란더는 이 사건의 이면에 러시아와 남아프리카의 어둠의 세력이 결부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발란더 자신은 물론이고, 외동딸인 린다의 목숨마저 위협받게 되는데......

 

<하얀 암사자>는 남아프리카와 스웨덴의 지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교차 전개되는 스케일이 큰 스릴러물이다.

은유적이거나 모호하지 않게 사실적으로 꼼꼼하게 묘사했고, 매혹적인 글솜씨가 인상적이었다. 

 

북유럽 스릴러 특유의 우울하고 서늘한 분위기와 자국인 스웨덴에 내재된 사회문제는 물론 그 시대의 동향과 흐름을 놓치지 않고 꿰뚫어 보는 깊은 통찰력, 마지막 문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운은 헤닝 만켈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킬러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은 이국적인 아프리카의 문화가 잘 스며들어 있어 색다른 느낌이었다.

 

아내와 이혼했고,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한 관계인 아버지는 끊임없이 그의 신경을 긁고 있으며, 그나마 소통이 되는 외동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까봐 고심하는 지극히 외로운 중년의 형사 쿠르트 발란더. 

내가 발란더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피해자의 아픔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적인 면과 묵묵히 사건을 해결해가는 집념때문인데, 자기 자신의 신념이 무너질까 흔들리기도 하고 불안해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명감과 근성은 이 사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냉철하거나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은근 겁도 많고, 궁상맞은 모습까지 보이는 발란더란 사람은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정이 가는 인물이다.  

 

<하얀 암사자>에서 발란더는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조사하다가 전직 러시아 KGB요원에게 딸 린다가 납치 당하고, 범인과의 총격전을 벌이던 중에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는 시련을 겪는다.

후속작 <미소지은 남자>에서는 심한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다가 업무에 복귀하는 모습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