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꾸미고 세상에 내놓는다는 게 늘 아슬아슬하다. 제대로 나오기까지 말 못 할 곡절을 넘어야 하고, 세상에 나와 그만한 노릇을 해주길 속으로 애타한다. 그렇다고 세상이 이런 마음처럼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어느 때는 나무에게 미안하고, 어느 때는 나무 목숨 값이라도 건졌다고 안도하고, 어느 때는 왜 그걸 몰라주나 짜증나기도 한다. 책 한두 권 엮은 것도 아니면서, 늘 이런 곡예를 탄다. 그게 어떤 모양이든 어떤 줄기를 따라가든, 세상에 이름값 제대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늘이다.

아무리 서툴게 펴냈든, 온갖 정성을 기울이든 세상에 나온 이상 애타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그만한 그릇이 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손때를 묻혔는지 늘 부끄러움이 앞선다. 성격이 모질지 못한 탓이겠지 하면서도, 때가 지나면 나도 모르게 훌쩍 잊기도 하겠지만, 세상에 나온 것에 마음 조이고 안쓰러워하고, 그렇게 자랑스러워한다. 그게 내 하는 몫이기는 하지만.

매양 이런 노릇이면서 뭐 새로울 게 잊을까 싶다. 그러나 어느 책이든 그걸 위해 제 목숨 넉넉히 버렸을 나무에게 자랑스러워야 옳을 일이겠다. 나무가 제 목숨을 내놓은 몫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보다는 늘 그 넉넉함에 흐뭇하고 그 앞에 자랑스러운 손때를 묻혀야 할 일이겠다. 늘 다짐만 앞서지만, 새삼 또 다른 다짐 하나를 이 책 위에 올려놓는다. 보잘것없는 내 손때가 어느 누군가에게 한 발 내딛는 힘을 주길, 열 사람이나 백 사람의 흔한 소문보다 더디더라도 한 사람의 길잡이라도 올곧게 해주기를 못내 기원한다.

5월, 그렇게 스스로 옥죄며, 이런저런 손때를 묻힌 한 권을 다시 내놓았다. 내 손때가 어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나 스스로는 한눈에 알지 않겠는가. 그러니 부끄러움과 안타까움과 흐뭇함이 오락가락하는 거겠다. 그래도 몹쓸 노릇이라고, 제대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으니 제 몫을 든든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나를 떠민다.

많은 이들이 함께 걱정하고 애써주었기에 생김새 어긋남없이 세상에 나온, 그래서 대견한 한 권을 세상과 내 삶에 올려놓는다.

  -- 5월, 《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의 편집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