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심장을 쏴라" 

세계 문학상을 탔다는 소리를 듣고 구입을 하게 된 책이다. 처음 받아보고 약간은 시큰둥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몇장을 넘기다 보니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생기기도 하고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고 어쩌지 못하는 마음으로 그냥 따라가게
되었다. 나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냥 푹 빠져 들고야 말았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그 속에서 함께 느끼며 울고 웃고 했던것 같다.


"이수명"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라나지만 어느 순간엔가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아이.
누군가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자라난 그에겐 정말이지 귓가에서 항상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그놈이 참 살갑게
느껴졌으리라. 그래서 더더욱 그놈에게 집착을 하게 되고 또 그 놈의 말을 따랐으리라. 그러다 보니 이젠 뒤돌아가기엔
너무 늦어져 버린 상황에 부딪혀서야 모든걸 돌려보려 하지만 누구에게도 되돌리기엔 힘겨울만큼의 시간이 지나버린것
이리라.  ’수리희망병원’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도 모든걸 제대로 돌리려고 노력하는 그 순간이 바로 출발점이 아니였을까
새로운 삶을 위한 출발...
그런 그에게도 정신병원에서 승민을 만나게 되면서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와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된다. 잊고 지내고 싶었던 지난날들을 받아들이고 또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기대를 품게 되면서 희망이란
두 글자를 마음속에 품었던건 아닐까... 그에게 무한 애정을 주고 싶다.


"류승민" 사생아로 태어나 항상 그늘에 숨어 살았으리라. 그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도 그것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을지 모른다. 그래서 마음의 화를 방화로 풀어 냈을지도 모른다. 
야심한 밤 엄청난 소란을 일으키며 병원에 들어온 그. 수명이와의 첫 만남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어두운 저녁 요란한 만남.
그 안에서의 삶에도 항상 당당하고 꿋꿋한 그. 거칠것이 없던 그에게도 그곳은 헤어나오지 못할 현실의 벽이 드리워져 그늘
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모든것을 던져버린 승민. 아마도 자신을 내던지고 싶었던건 아닐까.
세상에 대한 분노를 털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자신을 내 던져 버리는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절망의 깊이
를 깨달았을때는 이미 뒤돌아 가기엔 늦어버린 상황이였지만 항상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 거리는 나에게 신물이 난건인지도 모른다.

수리 희망 병원의 식구들. 
만식씨, 십운산선생, 우울한 세탁부, 현선이 엄마, 거리의 악사, 509호 거시기, 한이, 지은이, etc
누군가에게 사기 당하고 눈감아 주고 그리고,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다. 이들에게 여기에서의 삶이 우리와 똑같은 현재이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 내는 것이리라. 지금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와 같이.
그들에게도 고통이 있고 사랑이 있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어찌보면 멀쩡한 우리보다 더 인간적인지도 모른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그들이기에 자신의 마음 표현에도 확실하리라. 뒤돌아서서 누군가를 욕하는 우리보다는 훨씬 더...
그들은 세상에 순응하는 법을 깨우치고 그것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우리처럼.

병원에 들어가 있는 그들보다 우리가 더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상이고 그들이 비정상이라고 과연 우리는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그들의 눈에는 우리의 삶이 괴이하게 보이는건 아닐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을 나 아닌 누군가에게 맞춰가려 하는 우리들을 말이다.


운명이 나를 침몰시킬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