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라는 단어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박경리 선생님도 어머니였고 그 어머님도 여자였다. 
아마도 여자이기전에 어머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은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결혼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고달픈 인생이 말이다.

히말라야를 오르면 짐을 지고 오르는 노새를 보고 눈물 지었다는 박범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박범신이라는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 험한 산을 등에 짐을 한가득 지고 올라가는 그 노새를
바라보며 험난한 삶을 헤쳐온 우리의 어머니들을 생각하게 했나보다.

오늘이 어제의 연장이고 내일이 오늘의 연장인것을. 나이가 들어 참 행복하다는 말을 하신 선생님의 마음을
얼마쯤은 이해한다고하면 오만일 수도 있으리라. 가끔은 지금보다 더 미래로 훌쩍 뛰어넘고 싶은 생각이
가끔은 들곤한다. 우리의 삶이 너무 고단해서 아니면 나의 지독한 엄살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옛날을 회상하면 조용히 써내려간 시집은 그냥 그렇게 조용히 나를 끌어들였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을
밀쳐내고 그냥 그대로 느끼기만 하면 되었다. 모든것들에 대한 심미안이 생겼을 이젠 더이상 욕심이 없어진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었다. 우리의 어머니에 대한, 삶에 대한 회상을 우리에게 들려주는듯.
난 그냥 조용히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버리고 갈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그 말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담담함에 나는 다시 그립다.
세월의 흐름에 놓쳐버린 귀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지 않을까!
나도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놓는 연습을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을 품는다.
어느 순간 모든것이 다 놓아지진 않을것 같다. 너무나도 욕심이 많은 나이기에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레 한 발자욱을 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