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은 무슨 의미일까?
책표지에 나와있는 '50'이라는 숫자만으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책의 첫장을 넘기자마자 '카파 노블스'라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명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명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만들어낸 가슴뛰는 이야기들의 단편집이라고 하는데서 '50'의 의미를 찾을수 있었다.
9명이라는 거장의 미스터리작가들이 쓴 작품이기 때문에 왠지 모를 섬뜩한 반전도 기대하면서 무한한  재미를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그 기대했던 마음과는 달리 조용하면서도 잔잔히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50'이라는 숫자에 맞춰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시작했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잔잔한 미스터리 이야기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기는 했다.

그 중에서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더 가까운 IQ50인 주인공 개리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IQ50이라고 개리의 가능성을 무시한 코치. 그러나 갑작스런 지진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있던 코치를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목숨을 구한 개리의 모습에 정말 감동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한 식당안에서 종업원의 어려움을 눈치채고 자연스럽게 도와준 미타라이씨의 행동 또한 본받을 만한 점에서 제일 감명깊었던 내용이었다.
IQ50이라고하면 우선 무시하고 그 사람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씁쑬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들을 우리 자신부터 고쳐야하지 않을까하는 반성의 시간도 가져볼수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인 사람의 나쁜 마음에 굶주려 있는 눈이 50개 달린 요괴 도박눈의 이야기는 일본 에도 시대에 한 집안에 내려오는 괴담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구수한 사투리도 섞여가며 흥미롭게 진행해나가는 모습에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 그리고 한 여인의 죽음을 두고 펼쳐지는 하늘이 보낸 고양이편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만 단편이라서인지 너무 쉽게 반전도 없이 범인을 찾은데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9편의 작품중에서 제일 미스터리한 성격을 띈 듯하다.

[50]은 아홉가지의 미스터리 단편작품이기에 여러 작가들의 개성을 경험할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다.
그동안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나는 이번 [50]이라는 책을 통해서 여러 성격의 작가들을 경험할수 있었는데, 좀더 화끈하게 속도감있는 내용들로 구성이 되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그리고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이 고루 섞여 있기에 적당한 여유로움과 함께 흥미진진함을 느낄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