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상상력, 발랄한 재치, 섬세한 감성

세계문학상의 세 가지 작품들을 보면,  참 ’요즘’에 맞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실은 그 자유로움이, 아내가 결혼했다는 그 재치가, 슬롯은 기저에 흐르는 그 감성이, 개인에 집중하고 개인을 소중히 여기는 요즘 시대, 요즘 사람들에게 가까운 글들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자체의 가치보다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글로 표현하는 상상의 구현이 소설일텐데, 그 가장 기본적인 표현하는 자유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농담과 진지한 말을 구별 못하는 사람을 볼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끔씩 가다 소설을 인생의 도덕 교과서로 삼으려는 사람들을 볼 때 화가 난다. 이런 주변머리 없는 것들, 솔직히 니네 친구 없지?...라는 한심함도 함께. 아마 그런 부류 사람들이 영화를 심의하고 음악을 사전검열해서 ’살색이 많이 보이면 나쁜 거, 안보이면 좋은거’라고 분류하고서 뿌듯해하는, 결국 개념을 놓치고 사는 불쌍한 인종이지 않을까? 보통 그런 사람들은 이런 상상에 빠져있기 쉽지 않나 싶다. 현명한 자신이 계도하지 않으면 무지몽매한 대중이 마냥 따라갈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기보단 꽉막힌 자신의 머리 속 먼저 걱정하는 것이 순서지 싶다.

포르노, 불륜, 도박.....세계문학상의 지난 1,2,3회의 소재라고 거론된 키워드들이다.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천박하네, 깊이가 없네,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네, 어쩌고 하면서 세 작품을 몰아서 비아냥거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학의 깊이이고 고상한 것이며 사회적으로 순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일단 작품은 악영향이고 순영향이고간에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에 대한 판단과 수용은 본인의 몫이다. 남이 판단해 주길 바라지도 말고, 남을 자신의 판단대로 끌고 가려고 하지도 말아주길 바란다. 문학이 내 머리 위에 서서 계도해주는 것도 사양이다. 대중이 소비해주지 않으면 그 문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나의 작품이 시간의 세례를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대중의 선택이 필요하다. ’대중’이라는 의미 위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결합되면 ’현명하다’라고 생각해도 괜찮다고 본다. 인류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거나, 자신을 너무 위대하게 보는 건 둘다 희극이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나머지 대중과 부합되어선 진정한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억지로 떼어놓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 한국문학이 점점 사양길로 들어가는 거다. 대중의 외면을 받는 이유를 좀 생각해봤으면 싶다. 지나친 엄숙주의는 불쾌한 코미디에 불과하다. 근거없는 잘난척...으로밖에 안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홀로 잘나는 건 가끔씩으로 족하지 않을까?

문학은 상상력의 발로일 뿐. 철학이나 정치나 다른 개념의 도구로 사용되지 말고 순수하게 자신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단어의 아름다움이나, 발랄한 상상력의 재치나, 감성의 세밀함 따위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족한 게 아닌가?

포르노와 불륜과 도박을 다뤘으니 이제 남은 소재는 살인 뿐인가? 왜 그게 우려가 되나? 그냥 순수한 상상력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면 안되는 것일까? 부디 세계문학상이 여타의 엄숙주의와 선민주의에 등 떠밀려 함께 손을 잡고 사이좋게 한국문학의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고 신중하게 기존의 도전의식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모쪼록 문학이란, 결국 문화란 권력처럼 휘두를 일이 아니라 향유하고 즐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