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강의스러운(??) 책들을 계속 읽고 있다. 소화할 만한 대목도 있고

  원래 재미없거나 어려우면 한눈도 팔고 딴 생각도 하는 게 모름지기 강의니까...

  이 책은 세번째 읽는 저자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또 낯가림에 들어가

  서먹서먹 읽다가 조금씩 빛이 들어왔다. 미래의 글쓰기, 미래의 독서,  난 이런 이야기

  나오면 좋더라. 그리고 역시 김용석답게 조어들을 성큼성큼 박는 과감함과 참신함도 빛이

  되었다. 이 책은 세로지르기의 의도로 쓰였으며, 세로지르기가 교차지르기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다.  나도 저자의, 저자의 먼 시각에서 바라본 동료들의

  교차지르기가 활성화하길 바라는 바.

 

  무엇을 세로, 혹은 교차 지르는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문화를 읽고 세상을 읽고

  영화를 읽고 사회를 읽고 미래를 읽는다. 철학자들의 미래 읽기는 어떨까. 그리고 미래의 글쓰기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할까. sf와 환타지적인 글쓰기를 제안하는 저자, 어쨌든 작가라면 미래로

  나아가는 우주적인 판타지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좀 건너뛰긴 했지만, 지식인에게는

  그가 비록 안정화된 생활을 누리더라도 서민적 지식인이 되어 함께 서민의 시각에서 서민의 문제를 고민하기를

  촉구한다. 느림과 빠름이라는 화두도 새롭게 생각할 계기를 주었다. 속도감에서 벗어나 "없는 시간" 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런가 하면 가벼움의 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거움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역설의

  진실을 설파하기도 한다. 어렵긴 하지만 조금씩 매료되는 부분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헤겔에 의하면 철학이라는 부엉이는 너무 늦게 도착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고 그저

  이미 일어난 현상을 볼 뿐이라고. (제대로 해석한 건지..) 하지만 김용석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저녁에 도착한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새벽에 돌아가면서 보는 여명의 빛으로 미래를 밝힘을 주장한다. 헤겔은 미처 이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그래서 아마도 김용석이라는, 미래를 사유하는 한 철학자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밝힌

  여명의 빛으로 깊이와 넓이를 인식한 듯하다. 너무 깊고 너무 넓어 그 스펙트럼을 인지하기 힘든 독자들에게는

  어슴프레한 여명으로 다가올지 모르나....그러나 그 여명은 어쩐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