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우리집에 있는 김혜남 선생님의 책을 역순으로 읽게 되었다.

  빌려본 나만 우울한 걸까는 그렇다 치고, 이 책, 어른으로 산다는 것,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에 이르기까지. 아, 그러고 보니 심리학이 서른살에 답하다, 라는

  책은 서점에서 읽었더랬지. 이쯤 되면 전작을 관통했다고도? 실제로 강의를 듣고 싸인까지

  받았으니 favorite 저자님 전당에 가뿐히 올려 드리련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도 마지막 강의와 비슷한 느낌이다. 무슨 뜻이냐면 처음 읽었을 때,

  이번에는 오빠가 읽으라고 줬는데 그냥 덤덤하게 읽었는데, 그냥 김혜남이란 석자에 익숙하고 반가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하도 서른 서른~ 열풍이어서 이분까지? 싶은 마음도 있었나? 잘은 모르겠다.

  그때는 아마도 서른이 어떤 나이인지, 그 나이의 의미가 어떤지 지금보다 더 잘 몰랐나 보다.

  그런데 이번에 읽으니 또 달랐다. 그래, 맞아 하는 부분이 많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었다.

  준비 없이 찾아온 서른이란 나이를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하고 맞아 일도, 사랑도, 아니,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자체가 그저 혼란스럽고 방황에 찬 그런 나이... 아니, 그런 내색도 함부로 못 하는 시기... 나 지금

  센치해졌나?

 

 

  서른을 넘기며, 그게 뭐가 어때서? 그랬었다. 어차피 그런 구분이야 인위적인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인위로 이뤄진 모든 것들이 감싸는 곳에서 살아가는 처지이니 그 공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했었지. 옛날에는 서른 즈음이면 정말 조금은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달라진 건

  정말 하나도...없는 것...같지 않고, 글쎄, 오히려 약간의 나이듦과 더 이상 젊지만은 않다는 느낌,

  가뜩이나 부실했던 체력에 더욱 부대껴오는 삼십대의 무게? 심리학 앞에서, 정신분석 앞에서, 인생의

  멘토 앞에서, 아니, 누구 앞에서든 무엇 앞에서든 물어보고 싶은 나이.... 도대체 이 서른을 어떻게 보내야

  잘 사는 건가요? 잘 사는 것까지는 안 바라고, 이렇게 대책없어도, 이렇게 막막해도 되는 건가요?

 

 

  당신은 언제나 옳다! 라고 등을 두드려 주는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서른들이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문제로 고민하고 아파하고 있으며, 이에 귀기울여주고 마음으로 생각해주는 든든한 멘토의

  목소리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나도 언젠가는 내 서른살은 어디로 갔을까, 하고 뒤돌아보게 될지도.

  그리고 서른 앞에서 묻고 싶던 많았던 것들이 그때는 한없이 절실했던 것들이 그때는 "아, 내가 그랬었는데"

  하는 감회를 주게 하는 무엇으로 자리잡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