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주고받은 이메일이라는 기획의도도 참신하지만, 나를 끌어당긴 요소는 두가지

  더 있다. 하나는 김용석이라는 철학자. 작년에 읽은 로쟈의 서재에서 추천한 분인데 서사철학을 신선하게

  읽었다. 아마도 조만간 김용석 전작...주의에 도전해볼까 한다. 두번째 요소는 휴먼아이티시리즈(두권밖에

  모르지만)에 대한 신뢰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접한 건 대담, 이라는 책을 통해서인데 같은 시리즈로

  기획다고. 그 이후에 더 진행된 건지 검색해 봐도 눈에 잘 안 띄이던데..암튼...

 

 

  이 책은 두 철학자간의 대담으로 이루어진다. 제도권 밖에서 서양철학을 하는 김용석과 제도권 안에서

  동양철학을 하는 이승환, 이렇게 두 저자의 대담이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제도권 밖이라는 입장과

  동양철학이라는 분야의 각각의 마이너리티한 입장에 대한 고충을 지니고 있어, 더 소통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대담, 의 사례와는 달리 분위기가 조금씩 고조되는 경향이 있어 약간씩 조마조마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자유롭고 다이내믹한 게 아닌가도 싶고. 특히 애초에 관심을 지녔던

  김용석 철학자 쪽에서 더 서슴없는 직설화법이었는데 이에 대응하는 이승환 교수도 나름 조곤조곤하게 할

  말은 다 하셨던 듯...

 

  형식 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철학 본류의 특성이라거나 동서양 철학의 특징, 교육과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까지 역시나 분방하게 진행되었다. 비평을 아주 조금 공부해 본 적이 있지만 역시 철학에도 감감인 처지라

  자타 공인 최고의 철학자인 가다머..의 경우에는...이라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던져지면 응? 가다머가 그랬나?

  싶고...(이름 들어본 적이 있는 게 어딘가;;;;하는 수준임) 예전같으면 많이 좌절했거나 쥐나면서 무한정 진도가

  쳐질 수도 있었겠지만 요새는 오히려 어려운 책에는 과감해져 모르는 내용은 흘러넘기면서 흐름만을 가지고

  가려고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흐름도 놓치기도 왕왕이고 이런 식으로 읽다니 너무 성의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자" 라는 마음으로...끝까지 가보니 마지막에 책을 진행하는 과정의 127일간을 적어놓은

  편집진의 기록이 눈물겨웠고(고생 많았구나...) 이메일로 진행되는 게 아니었어? 했는데 계속 직접 만나서 대담하는

  형식이라 이건 뭐지? 했던 느낌은 이메일에서 발화될 수 있는 뭐랄까 좀 더 소탈하고 분방한 기획의도를 살리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진행과정 뿐 아니라 대담하면서의 사진과 대담을 마무리하는,

  서로에게 보내는 두 저자의 이메일도 담겨 있어 좀 더 열려 있는, 아니, 여는 방식으로 구성된 책이라는 점도

  추천사유~~~ (근데 좀 어려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