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전이라고 이덕무가 직접 쓴 짤막한 자서전의 끝은 사람들이 그를 책에 미친 바보라

   불렀으나 그는 이 또한 기쁘게 여긴다는 말로 끝난다.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리고 그의

   품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만 보는 바보, 라는 책으로 알게 된 이덕무. 그 인품에 끌려 이덕무의 글들을 모은 책에 미친

   바보마저 구입하였다. 이태석 신부님의 책 두권, 이덕무의 책 두권, 팔월을 풍성하게 해 준 책들이라

   부를 만하다.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의 자화상과 책에 관한 생각, 문장과 학풍에 관한 이론, 벗들에게

   보낸 편지, 군자와 선비의 도리에 대한 가르침, 자연과 벗을 삼아 노래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부록으로 이덕무의 원문을 수록한 게 눈에 뜨는데 빼곡한 한문이 자못 눈을 어지럽게 만들기도 했다.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해 대강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나 이덕무의 글월로 다시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쓸 때의 개념으로 영처심이라 하여 인간 본연의 성질을 드러내는 것을 가장 중히

   삼았다는 대목이 마음에 남았다. 벗들과의 대화도 자못 섬세한 기질을 드러내어 훈훈하게 읽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이 기대했던 책에 관한 대목이 잘 와닿지 않았는데, 당대의 책들을 평한 내용들이

   위주라 그 당시의 책들에 어두운 나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좀 애석하기도.

  

 

   조선 시대 선비들에 관한 글들을 읽다 보면 책을 읽는 자세가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결코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책읽기를 일삼았던 이덕무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의 독서나 문장만큼이나 단정하고 반듯했음이 다가온다. 이런 다가옴이 이 책을 읽는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