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평범하게 매사가 다 그럭저럭하다. 그럭저럭 좋으며 그럭저럭 견디며 그러저럭 평탄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저 배불리 먹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가끔 영화도 보고 또 책도 볼 뿐이다. 그렇게 인생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있다. 한심하다. 참 멍청한 삶을 사니까. 한 번뿐인 결코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을 참으로 나태하게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열정에 차서 무엇인가를 하고야 말겠다며 의지를 드러낸 사람을 보면 한없이 부러워한다. 두 눈을 맹렬히 불태우는 그래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 친구에게 멋지다! 넌 어떻게 네가 좋아하는 일을 알았냐며 남모르게 아주 소심하게 시샘을 한다. 그 친구의 빛남을 탐낸다.

나도 그들처럼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도 내일 같고 내일도 어제 같은 삶 대신 오늘만의 오늘, 결코 식상하지 않은 지루하지 않고 한 시간 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운 못 견디게 짜증이 날 정도로 바쁜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이덕무가 그리했듯이 즐거운 일 기쁜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어 미치겠다. 그런데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지금부터는 이렇게 버리지 않고 정말 강렬하게 능동적으로 살 텐데.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을 몰라 이리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덕무처럼 미친 듯이 집중해서 기쁨을 찾지 못하고 그저 흘려만 보내고 있다. 이덕무에게 인생의 참기쁨이 책이어서 책을 읽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누구에게든 물어보는 용기를 나도 갖고 싶다. 그저 주저주저하며 늘 뒤에 서 있는 나 대신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린아이처럼 때론 미친 사람처럼 물어보는 용기와 또 거기서 찾는 앎의 기쁨도 느껴 보고 싶다. 이덕무가 남이 나를 받아주지 않아도 나로써 행복한 일, 나와 잘 맞는 일을 하며 행복을 느낀 것처럼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담담하며 재미없는 삶일지도 모르지만 나 스스로에게만은 그 무엇보다 즐거우며 열정적이며 두근거리며 흥미진진한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는 말처럼 남과 어울려 사는 인생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내가 기꺼이 웃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미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