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화가 난다. 어떻게 학생이 선생님을 때릴 수 있으며 자식이 부모를 내다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이 뉴스를 통해 나올 때마다 무섭기도 하면서 세상이 어쩌려고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봤을 때 그렇게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정의가 바로 서지 않은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어쩌면 쉬운 답을 내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으니까.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이다! 청소년을 위한 정의론이라면서 전혀 청소년을 위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요즘 청소년들은 똑똑하니까, 대학 생활을 하고 적당히 사회 생활을 한 나보다 이해력이 뛰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사상가들의 이론을 아주 쉽게 현실에 딱 맞게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내 개인적인 느낌은 그저 수학능력시험용 책이구나였다. 시험 보기 전에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외우기 좋게 정리해 놓은 책. 정의란 어떤 것이며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 또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너무도 적었다. 살면서 사람들은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참 많이 겪는다. 또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한다. 가벼운 예로 무단횡단을 하는 일 또한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아무리 차가 없어도 우리는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을 때 길을 건너야 한다. 그게 약속이고 정의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정의롭지 못하다며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럼 아마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꽉 막힌 사람, 고지식한 사람,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도학군자 같은 사람이라고 눈총을 받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면 어쩌면 웃기고 어쩌면 옹색하지만 이런 소소한 갈등이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쉽게 이야기를 풀어 주길 바라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그 기대와 사뭇 다른 책이라 실망스러웠다. 좀 더 절실하게 정의를 생활 가까이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정이니까 이해하고 기다리려고 한다. 진정 정의에 대해서 친절하게 이야기해 줄 책을 말이다. 철학은 가열차게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열찬 고민을 전문가의 입장에서뿐아니라 일반인 어쩌면 일반인보다 조금은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이해하게 이끌어 줄 과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