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이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말한다. 주인공 이청은 자신의 판단을 중시하고 다른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것을 즐기지만 그 외의 소리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주인공의 별명은 이토벤이다.(악성이지만 남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던 음악가로 유명하다.) ’이토벤’은 가정에서불통으로 인한 답답함이 아들의 발달장애를 기점으로 폭발하게 되고 직장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한 정리해고를 도와주는 대가로 악기 대리점을 약속받지만 개업당일날 악성종양으로 쓰러지게된다. 즉 주인공의 삶은 가정과 직장 그리고 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런 ’이토벤’에게 찾아온 악성 종양은 삶의 변화를 강요하는 질병이다. 종양은 그의 청력을 서서히 상실시키며 그의 생명을 약화시켜나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토벤’이 자신의 남은 삶과 소중함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수제 바이올린을 직접 만들기 위해 명퇴신분으로 강원도 생산공장으로 향하게 만든다. ’이토벤’은 발걸음이 향한 그곳에는 자신과 같은 불통의 사람들이 있었으며 가장 의미있는 시간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일들이 그를 맞이한다.

 

  ’경청’-마음을 여는 지혜는 다양한 문제의 근원을 소통에서 찾는다. 소통이 원할치 않을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불협화음이다. 각 사람의 마음의 소리가 서로 울려퍼지기 위해서는 조율과 소통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삶은 자신의 소리만을 듣고 타인의 소리는 듣지 않는 자세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이토벤’과 같은 불협화음 속에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이토벤’이 강원도를 향하면서 배운 ’경청’의 기술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할하게 해준다. 그것은 단순히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마음의 소리를 듣는 행위이다. ’이토벤’의 종양이 심화될 수록 청력은 약화되어 가지만 ’경청’을 통한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은 더욱 뚜렷해진다. 아내가 읽게 되는 주인공의 작은 일기장은 ’경청’으로 인한 주인공의 삶의 변화를 보여주며 목소리가 아닌 글에서 조차도 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리에 포함된 것은 단순한 의미와 의사전달 뿐만이 아닌 각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상대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고 나와 상대의 공명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주의 깊게 상대의 소리를 듣는 ’경청’은 불소통에 의해 서로를 상처 입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담긴 진정성을 외면한채 자신의 길을 걷는 모두는 어쩌면 ’경청’을 터득하기전 ’이토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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