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란 사전적 의미로 죄인을 귀양 보내던 일을 뜻한다. 또한 그 죄의 경중에 따라 원근의 등급이 있었다고 한다. 대체로 정치범들이 받았던 형벌이었고 사형 다음의 중죄였다. 어떠한 과정으로 유배를 가야했는지 유배지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배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배를 받았던 인물들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우선 원교 이광사는 암울했던 유배지 완도 신지도에서 15년간 학문과 서예에 정진하였고 추사 김정희는 유배지에서 제자의 도움으로 귀한 책을 받아 학문적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으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지역의 후진 양성에도 많은 힘을 썼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유배생활에 점차 적응하면서 자연과 동화되어 그 삶 속에서 그 유명한 추사체가 탄생하였다. 정헌 조정철은 10년 넘은 제주도 유배 생활에 죽음이 가까워지고 자신의 가련한 삶에 눈물을 훔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제자 자겸을 통해 작은 희망과 함께 꼭 살아 돌아가리라는 마음을 먹는다. 또한 오랜 유배 생활에서 오는 깊은 상실감과 나날이 밀려오는 고독 속에서 홍윤애를 만나 새로운 삶의 불씨를 당기는 등, 유배지의 고통을 벗어나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면암 최익현은 강화도 불평등 조약을 주장하며 일본과 화친하면 안 되는 이유를 들며 광화문에서 도끼를 메고 엎드려 죽을 각오로 상소를 올리다 흑산도 유배라는 중벌에 처해진다. 유배지에서 학동들을 가르치며 힘든 유배 생활을 견뎌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살았다. 예송 논쟁의 희생양이 되어 우봉 조희룡은 임자도에 유배되었다. 유배된 것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삭히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된다. 그곳에서 서화를 가르치고 저술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화법을 완성하고 창조적 예술혼을 꽃 피운다. 또한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는 등 그렇게 우봉은 유배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송촌 지석영은 고종 때 국운이 기울어가는 것을 한탄하여 국정의 잘못된 점에 대해 상소를 올렸다가 신지도롤 유배되었다. 그는 평소 우두법에 관심이 많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였다. 유배지에서도 종두법을 익히며 많은 연구를 거듭해 나갔다. 결국 종두법 완성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유배 생활 중이었다. 또한 한글 보급에도 애쓰는 등 많은 업적을 세웠지만 후일 친일파의 오명을 쓴 일로 인해 그의 빛나는 업적을 가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산 윤선도는 광해군 때 진사에 오르고 권신 이이첨 등의 횡포를 상소하다 유배, 인조반정으로 풀려나 의금부도사로 곧 사직 후 낙향, 다시 별시문과에 장원, 증광문과 급제 후 모함으로 파직, 병자호란 때 유배, 효종때 복직하여 예조참의에 이르렀으나 서인에 의해 사직, 다시 중추부첨지사로 복직 후 다시 삭탈관직, 또다시 유배를 가는 등 그의 공직 생활은 매우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학문으로 문학, 역학, 풍수, 지리, 산수 등에 밝았었고 유배지에서 학문에 정진하여 학문을 가르치며 적막하고 외로운 유배 생활을 보냈다. 이곳에서 자연을 시로 승화시킨 뛰어난 시인이었다. 또한 고독과 힘든 나날의 유배지 생활을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로 바꾸어 예술과 철학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산 정약용은 신유사옥과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유배된다. 유배지에서 만난 주막집 노파와의 인연으로 세상에 닫힌 문을 열고 새로운 학문의 길을 찾게 된다.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통해서는 유배 생활에서 물질과 정신을 모두 충족시키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제자들을 가르치고 저술에 힘쓰는 등 인고의 시간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였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목민심서가 바로 이곳 유배지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유배지에서 만난 그들은 정치적 모함, 권력다툼, 상소, 반정 등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비록 몸은 유배되었을지 모르나 마음까지는 어찌하지 못했던 그 분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예전에는 유명한 이의 글이나 시, 그림 등을 보면서 별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유배지에서 창작한 작품을 보면서 잠시 그분이 처해있었던 상황과 그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마음을 헤아려 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저자?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고려했었던 당시 유배인은 어떤 과정으로 떠나야 했고, 유배지에서 어떠한 생각으로 어떻게 생활했는지, 지식인으로써 가져야 했던 고민들은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유배지의 외롭고 힘든 시기를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학문에 정진하거나, 명작을 남기는 등의 기회로 삼아 절망적인 삶 속에서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되었다. 유배지에서 누군가를 원망하며 힘들고 외로운 날들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시간을 이용하여 진정한 자기 계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