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글이지만 따뜻함과 복음의 깊이가 드러나는,

나는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책을 정말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짧은 묵상의 글로 이루어진 <감사>-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읽은 '미니북'은 일반 책은 책크기만 다르고 3천원이 더 쌌다.)

 

"그 은혜에 감사"

"그 사랑에 감사"

"그 동행에 감사"

 

하나님의 크신 은혜, 예수그리스도의 끝없는 사랑,

그리고 비싼 값을 치르고 사신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주님에 대한

여러 가지 감사를 세 가지 주제로 묶었다.

 

페이지당 말씀 한 구절과 짤막한 묵상글이 있어서 매일 한 편씩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다른 책처럼,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활자로부터 영성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수많은 감사함이 이 글을 읽는 내내 솟구쳤다.

선물하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책 속에서...

 

#1.

<기억하지 않으신다>

그들의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히 8:12)

 

어느 날 나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감사를 드리다가 그분이 용서해주신 죄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내 어리석은 실수를 하나씩 떠올리며 그분의 용서하심에 감사를 올렸다.

순수한 마음으로 드리는 감사였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을 잘못 이해했다.

'기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던 중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나님, 기억하시죠? 제가 저번에......"

막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감사를 드리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기억'이라는 단어가 영 찜찜했다. "그분이 기억하실까?"

 

문득 그분의 말씀이 기억났다.

"그들의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맞아! 이 놀라운 약속의 말씀을 잊고 있었다니.

하나님은 용서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신다.

하나님은 다른 것은 다 하셔도 기억만큼은 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내 잘못을 기록하지 않으신다.

 

 

#2.

<마지막 순간>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 (빌 3:21)

 

당신 몸은 어떤가? 암에 걸린 몸? 관절염에 찌든 몸? 뒤틀린 몸? 절름거리는 몸? 중독에 빠진 몸? 끝간 데 없이 비대해지는 몸?

종류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허약한 몸이다.

이런 몸은 우리가 첫 숨을 내쉰 순간부터 썩어가기 시작했다.

하나님에 따르면, 썩는 현상은 계획의 일부다.

주름 하나가 늘고 주사 한 방을 맞을 때마다, 예수님이 우리의 약한 몸을 영원한 몸으로 바꿔주실

마지막 순간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고통도 절망도 괴로움도 죽음도 없는 새로운 몸.

여기는 우리의 영원한 집이 아니다.

잠시 묵어가는 곳일뿐, 영원한 본향의 영광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3.

<말이 주는 상처>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벧전 2:23)

 

사랑했던 혹은 존경했던 사람이 세 치 혀로 당신을 깔아뭉개고 급기야는 벽에 내동댕이친다.

당신은 피투성이로 누워 있다. 당신에게 상처를 주려고 의도한 말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상처는 깊다. 뼛속까지 멍이 들었다. 상한 가슴, 짓밟힌 자존심, 갈가리 찢긴 감정.

 

남의 말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가? 지금도 속이 쓰라린가?

그나마 그런 상처에 즉효약이 있어서 다행이다.

베드로전서 2장 23절을 묵상하라.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

 

그렇다. 예수님은 판결을 하나님께 맡겼다.

그분은 복수의 길로 걷지 않으셨다.

사과 한 마디도 요구하지 않으셨다.

정말 뜻밖에도 그분은 오히려 원수를 변호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4.

<간고를 많이 겪은 자>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사 53:3)

 

아주 간단한 장면이다.

무슨 장면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구불구불한 감람나무 숲. 큼지막한 바위가 여기저기 흩어진 땅.

낮은 돌담. 어두운, 정말 어두운 밤.

 

저기 외로운 사람의 형상이 보이는가?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모습, 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 된 얼굴, 딱딱한 지면을 때리는 주먹.

두려움으로 망연자실해진 두 눈.

소금기 어린 땀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저기 이마에 묻은 건 피 아닌가?

예수님이시다.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

 

고뇌로 몸서리를 치시는 예수님. 간고를 많이 겪은 자.

두려움으로 떠는 분. 소명과 안위 사이에서 힘겹게 줄다리기 하시는 분.

이런 하나님을 보면 우리의 고통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 순간만큼 하나님이 인간적이신 적은 없었다.

신음하실 때만큼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까이 오신 적은 없었다.

그 동산에서 성육신은 가장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5.

<십자가로 가는 길>

그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내준 바 되었거늘 (행 2:23)

 

예수님은 죽으셨다. 일부러.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당당하게.

죽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죽음의 골짜기로 걸어가신 모습을 보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그분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세상에 오신 것이다.

베드로의 말을 들어보라.

"그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내준 바 되었거늘 너희가 법 없는 자들의 손을 빌려 못 박아 죽였으나."

 

십자가로 가는 길은 여리고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갈릴리도 아니다. 나사렛도 아니다. 심지어 베들레헴도 아니다.

십자가로 가는 길은 훨씬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동산에서 열매 씹는 소리가 여전히 울려 퍼질 때 예수님은 이미 갈보리로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