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에서 시작한 소설

노르망디에서 독일군 포로속에서 등장한 한명의 동양인

그 동양인이 한국인임이 밝혀지고....그 사람이 어떻게해서 지구 반대편 노르망디까지 와서 독일군복을 입고 연합군의 포로가 되었을까?란 의구심에서 시작한 소설을 접한건 이번이 세번째이다.

처음 접한 소설은 조정래작가의 <오 하나님>이었다.

한사람의 인생이 그렇게까지 기구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처절했던 기억이 난다.

또 한권의 소설은 <D-DAY>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이 그것이다.

한 남자가 홀로 남겨진 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살아남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기억에 남는다.

두 소설이 강제적인 징집으로 인해 원하지 않은 전쟁터로 끌려간 조선인의 이야기라면,<D-DAY>의 대식의 경우는 자신의 꿈을 위해(어쩔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소설을 읽는 내 눈에 비친 모습은)군복무를 택했다는 설정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동정의 눈빛이 앞의 두 소설보다 덜 갔던 이유이겠다.

요이치의 경우도 파시즘보다는 자신의 표현에 서툴고 아버지의 기대와 자신과 다르게 대식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군입대를 했다는 설정으로 다가와 약간을 거리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었다.

(대식의 동생 수희를 희롱한 히데키에게 결투를 신청할만큼 순수한 모습도 보여준다.)

처음부터 작가가 일본인과 한국인의 우정을 염두해두고 한 설정이라 이해는 가지만.....반일정서가 있는 한국사람(특히 나)이 읽기에는 앞선 두 소설보다 거리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최근에 개봉해서 흥행에 실패를 하고있는 강재규감독의 <마이 웨이>의 원작 시나리오 소설이라는 점이 또 기대를 저 버리게 만들었다.

<마이 웨이>같은 경우는 너무나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무런 감흥이 존재하지 않았다.

눈에는 볼꺼리가 많았는데....그냥 눈만 호강하고 정신적으로는 힘들었던....일본어로 된 대사를 한글로 읽어야했고, 일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만든 영화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일본에서의 상영을 염두해두고 만든 영화이니 나의 느낌이 아주 틀린것은 아닐꺼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초반 기대와는 달리 영화 <마이 웨이>는 쪽박 영화로 전락한 위기에 서 있다.

그런데 최근 강제규 감독이 소설의 작가(원작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김병인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고, 표절 시비가 붙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설 <D-DAY>의 표지가 <마이 웨이>의 포스터를 표절했다는것이 그 내용이다.

그 뒤에는 소설을 일본에서 출간하려한 김병인측을 강제규감독측에서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작가의 해명글까지 트위터를 통해 날아다녔다.

진실은 두 사람의 법정공방에서 밝혀지겠지만(법정까지 갈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이 웨이>의 포스터보다 먼저 발간된 책의 표지가 표절이 되려면 상황이 참 복잡했을텐데란 생각이 든다.

여튼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아는 문제니 패스~

 

원레는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고, 또 실망도 컸기에 <D-DAY>는 조금 더 묵혀서 읽을생각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나서 책은 쉽게 쉽게 넘어갔고, 앞의 두 소설처럼 가슴아픔을 느끼지 않으면서 읽었기에 힘들이지 않고 읽을수 있었다.

다 읽고나선 영화와 마찬가지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우정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결코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작가도 대식의 강제 징집보다는 군대지원이라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나 싶다.

또 관동군 병영생활을 통해 여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봐오던것처럼 대식의 생활이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에 끌려간 일본인과 한국인...

긴 전쟁속에서 두 사람에게 남은건 적도 아군도 아닌 단지 서로만 남았다고 ,

한국과 일본, 이제 증오심은 불타는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말하는 작가의 외침은 공염불로 그칠것같은 생각이 든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스케일이 크고 재미를 위해 마련한 장치들은 빛을 발하나....작가가 의도한 한국인 병사와 일본인 병사의 우정은 글쎄란 생각과 함께 고개가 저어진다.

 

단, 이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것은

<마이 웨이>가 조금 더 원작에 충실했다면 적어도 지금같은 초라한 성적표가 아닌 조금은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