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반드시 다른 책과 차별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앙앙 엄마 아파요 SOS』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차별 요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저자의 일기장을 공개한 듯한 「Doctor's 육아 note」가 아닐까. 비중은 크지 않지만(440쪽 가운데 육아 노트 부분은 18쪽) 부모로서의 마음과 의사로서의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어서 공감이 된다. 차라리『Doctor's 육아 note』부분을 중심으로 에세이 형식 단행본을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

 

의사라서 약의 부작용을 잘 알기 때문에 아이에게 약을 먹여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첫번째 「Doctor's 육아 note」,  '신종 인플루엔자가 아닐까? 열성 경련' 부분을 읽어본다.

 

전 세계적으로 한창 신종 인플루엔자의 공포에 휩싸였던 2009년이었습니다. 열만 나면 신종 인플루엔자는 아닌지 의심을 하던 때였는데, 어느 날 저희 아이들도 열이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첫째 한울이가 먼저 열이 났으나 1~2일 만에 가라앉아서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생 한결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하루 이틀이 지나도 좀체 열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심한 감염이라도 3일이면 가라앉는데 열이 내리기는 커녕 점점 더 올랐습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내심 불안해졌습니다. 검사에서는 음성이었지만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먹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 끝에 확실하지 않으면 먹이지 말자고 판단하고 기다렸고, 열이 난 지 3일째 되는 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결이 곁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한밤중에 나를 불러 깨우더니 한결이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놀라서 아이 곁에 가보니, 열이 한창 오르면서 열성 경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눈을 들여다보니 치켜 뜨고 있고, 몸을 만져보니 뻣뻣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소아과 전문의이기에 열성 경련이라면 위험하진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빨리 멈추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제발 빨리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아이가 2~3분 만에 경련을 멈추고 다시 늘어져 자기 시작하자 겨우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잘 자는 것인지 의식이 없어서 늘어져 있는 것인지 확인하려고 청진지를 대보았더니 다행히 심장도 잘 뛰고, 숨도 정상적으로 쉬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빠가 소아과 전문의인데도 이렇게 허둥지덩 하는데, 다른 가정에서는 어떨지 상상이 안 되더군요.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서 내가 더 허둥지둥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경련은 멈췄지만, 열이 떨어진 것은 아니기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퇴근시간이 되자, 또 경련을 할 경우에 대비해 경련 약까지 준비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또 경련을 한다면 이 약을 주어야 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경련 약이 경련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호흡 장애를 부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종합병원 중환자실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다음 날부터는 경련이 없었고, 열도 떨어졌습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차라리 내가 소아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밤에 경련을 하면 응급실로 데려가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내 아이의 일이니 좀 혼란스럽더라도 '모르는 게 약인 것' 보다는 '아는 게 힘이 된다'고 믿기로 했습니다.(28~29p.)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안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판단이고 타이밍이고 결단력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많이 배우지 못한 세대다. 배움 보다는 배고픔을 해결하는게 시급하던 시대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들은 지혜롭다. 나는 내가 어릴때 보던 내 엄마 나이가 되었지만 내가 어릴때 생각하던 엄마만큼 그렇게 지혜롭게 어른답게 살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 배운 걸로 치자면 엄마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이 배웠는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자신이 없을까. 내 생각에는 살면서 내가 직접 해결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생활의 많은 부분을 남에게 맡기는 편리주의가 이유가 아닐까 한다.

 

맞벌이가 당연해지면서(맞벌이 안하면 가정 경제가 돌아가지를 않으니 어쩔수 없는 면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릴때부터 놀이방으로 유치원으로 맡기는데 익숙해졌다. 병원에 맡기고 학교에 맡기고 학원에 맡긴다. 아이 뿐인가. 부모님도 시설에 맡긴다. 돈은 은행에 맡기고 배달은 택배기사에게 맡기고 김장은 친정엄마에게 맡기고(가끔 시부모님이 해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외식을 밥먹듯 하니 음식도 남에게 맡기는 셈이다. 공짜는 없으니 맡기려면 돈이 들고 돈이 부족하니 엄마든 아빠든 다같이 돈 벌러 나가야 하고.. 악순환이다.

 

악순환은 멈춰야한다. 시작은 내가 마음 먹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맡기면 편리하지만 그러기 시작하면 계속 그래야 한다. 정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한다고 마음 먹는다. 아이가 울때, 아이가 아플때, 아이가 나에게 SOS 신호를 보낼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직접 하자.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시동을 거는데『앙앙 엄마 아파요 SOS』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