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귀농귀촌 어디로 갈까?

어디가 좋을까?

 

따뜻한 남쪽나라가 좋다고 생각해서 막연히 제주도에 가서 살겠다고 떠들고 다녔던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제주도는 섬이다. 제주도에서 살면 어쩐지 갇혀서 사는 느낌이 날 것 같다. 비행기도 못타게 되었는데 배 타고 육지에 볼 일 보러 다니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는가. 따라서 제주도는 일단 보류!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곳이 해남 땅끝마을 또는 그 옆에 완도나 진도였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제주도도 안 나오고 해남 땅끝마을도 안나온다. 완도나 진도도.. (그래서 별 하나 뺀다.)

 

저자는 1년 반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귀농귀촌하기 좋은 명당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진도나 완도가 빠졌냔 말이지!) 이 책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특이한 점은 10가지 테마별로 지역을 나눠놓았다는 점이고, 여러가지 테마에 해당하는 지역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가 3년 전부터 자리잡고 사나다는 홍천 지역은 무려 6개의 테마에 등장한다. 그 외에는 괴산(테마3, 테마5, 테마10), 영월(테마1, 테마4), 춘천(테마1, 테마10),  화천(테마4, 테마8), 정선(테마5, 테마8), 인제(테마3, 테마9), 단양(테마9, 테마10) 이렇게 7개 지역 테마가 두세개씩 겹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홍천을 가장 좋은 귀농귀촌 지역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 소개된 지역 가운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진도, 완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 강진이다. 강진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 소개된 지역이라, 책을 들고 가본 적이 있다. 그땐 강진에서 가장 번화한 읍내(그땐 '읍'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에 가서도 '으아, 정말 시골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새삼 따져보니 그때로부터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난 여름에 완도에 다녀오는 길에 다산초당을 한번 둘러봤고 『인생2막 귀농귀촌 난 이곳으로 간다』에도 소개된 월남리 한옥마을도 둘러보았기에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내용이 들어있기를 기대하며 읽어보았다. 내용이 워낙 일반적이어서 그닥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319쪽에 나온 인터뷰 내용을 보니 다음에 강진에 가면 이 분(강진군농업기술센터 고형록 계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계기는 될것 같다.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실제로 이 책에서 가장 쓸만한 정보가 각 지역 소개 마지막에 한 쪽씩 들어있는 지역 관계자(지역 토지 관계자, 부동산 중개업자 또는 농업기술센터 관계자 등)의 인터뷰가 아닐까 한다. 지역 관계자의 이름, 사진, 소속기관, 전화번호(일부)까지 나와 있어서, 정말 그 지역에 대해 관심이 생겼을 때 연결 다리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내가 눈여겨 본 자료는 테마별 지역들의 연평균 기온과 연강수량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표다. 이 표를 보고 따져보자면 꼭 '따뜻한 남쪽' 나라만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연평균 기온과 연강수량만 놓고 보자면 강원도 영월이나 충남 부여, 경남 사천 쪽도 고려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막연히 귀농귀촌을 생각하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간다면 어디로 갈까, 어디가 좋을까' 따져볼 수 있는 초기 자료로서는 더없이 훌륭한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미 어느 지역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새로운 정보가 될 것이 없을 것 같고, 그 지역에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은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