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엔 뭐하고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만나는 40~50대들을 상대로 슬쩍 던져보는 질문이다. "10년 후엔 뭐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한쪽은 갑자기 어둡고 우울한 표정이 되는 사람들이다. "뭐, 그런 거 생각할 짬이 있나. 모아놓은 돈도 없고..... 팍팍하긴 지금이나 똑같겠지." 미래라는 화두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다른 한쪽은 비교적 꿈이 많은 부류다. 전원생활, 배낭여행, 봉사활동, 자녀의 결혼, 책 쓰기... 참으로 다양한 희망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에 속하는가? (7p.)

10년 전부터 세상살이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발 빠르게 대응한 사람 중엔 남다른 성공을 거둔 사람도 적지 않다. 40대 중반의 한 친구는 5년 전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있던 아파트를 팔아 임대주택사업에 나섰다. 결혼 기피, 이혼 증가, 고령화 등으로 ‘단신 가구’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결국 소형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었다. 5억 원 안팎의 돈으로 시작한 그는 은행대출과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지금은 전국 각지에 수십 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업가가 됐다. (8p.)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몇년 전 작고한 경영학의 대가이자 탁월한 미래학자였던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21세기는 지식사회가 될 것이며 지식사회에서는 배움에 끝이 없다고 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는 지금처럼 20대 초반에 대학 4년 과정을 이수한 걸로 노동 인생 60년을 버틸 수 없다. 모두가 직업을 대여섯 차례씩 바꾸며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 우물만 파고 살 수 있는 시절은 갔다. 21세기를 살아가며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 없이 직업을 대여섯 차례나 성공적으로 갈아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7p.)

미래학은 과학이어야 한다. 미래학은 정확한 미래 시점을 짚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지 않은 미래학은 기껏해야 소설에 지나지 않거나 아니면 남을 속이는 사기로 전락한다. 예를 들어 어느 미래학자가 ＂미래에는 죽음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고 하자.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누군가가 그에게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죽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다그친다 해도 그는 여전히 할 말이 있다. ＂기다리시라니까요. 언젠가 미래에는.....＂ 그가 말하는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학은 정확한 미래 시점을 짚은 다음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모든 자료들을 분석하여 우리가 그 미래 시점에 도달했을 때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를 예측하는 과학이다. (28p.)

스마트 시대

‘스마트’라는 말은 원래 ‘똑똑하다Intelligent’, ‘깔끔하다Clean’, ‘맵시 있다Neat’, ‘고급스럽다Fachinonable’, ‘빠르고 활기차다Quick’ 등의 뜻을 가진 말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컴퓨터로 조절되는Computer-controlled’ 이라는 뜻을 얻으면서 기존의 다른 좋은 의미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단어로 거듭났다.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스마트’ 가 추구하는 목표다. 노자가 말한 ‘무위이화無爲而化’와 같은 상태, 즉 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변하여 잘 이뤄지는 상태를 꿈꾼다. 우리의 삶은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방식에서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술들을 통제 가능하도록 융합하고 단순화하여 인간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스마트의 본질이다.(39p.)

뇌공학이 펼칠 세상,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어떤 옷, 어떤 제스처, 어떤 말을 해야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지 유권자들의 뇌활동 반응을 찍어 판단한 뒤 정교한 선거전략을 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에선 민주, 공화 양당이 10여 년 전부터 ‘신경 선거전’을 치르기 위해 ‘선거 신경전’을 벌여왔다.

신경정치학Neuropolitics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뇌영상 기술을 통해 정당 지지자들의 인지성햐을 분석한다. 정부 정책을 마련할 땐 그것을 세상에 어떤 프레임으로 내놓아야 긍정적으로 인식될지를 국민의 뇌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안에 이런 연구들이 가시화될 것 같다.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은 뇌공학을 경영학에 접목시켜 경영성과를 내는 데 이용하는 분야다. 소비자의 뇌반응을 찍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고, 제품 디자인, 포장, 디스플레이, 심지어 광고, 홍보 전략을 짜는 데 이용한다.

미국에선 수십 년간 지켜오던 ‘캠벨 수프의 전통 패키지’가 뉴로마케팅 기법을 바탕으로 변신했다. 세계적인 의류업체 갭Gap도 뉴로마케팅 기법을 통해 로고를 교체했다. 우리나라에선 기아자동차가 이를 활용해 K7 브랜드를 내놓아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서는 뉴로포커스NeuroFocus 등 30여 개의 뉴로마케팅 전문 회사가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의 전문 리서치업체가 있다. 시장 규모도 수천억 원대에 달해 향후 10년 안에 급성장할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마케팅 분야를 넘어 신경경영학, 신경금융학 분야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예턴대 월스트리트의 남성 펀드매니저들은 ‘위험 감수 성향’이 강해 호황 땐 많은 수익을 냈으나, 불황 땐 반대로 회피본능Loss-aversion이 강해져 경기 침체가 심화됐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2025년, 금융투자회사들은 펀드매니저 채용 시 뇌활동 측정을 통해 위기대응 능력과 창의력 등을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9~60p.)

그러나 뇌공학이 이끌 미래 사회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뇌를 깊이 이해할수록, 인간 집단을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시도 또한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권력이나 상업적인 목적과 결탁되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위험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인간의 노가 가장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디자인, 브랜드, 포장, 광고를 만들려는 기업의 뉴로마케팅 전략은 제품의 실제 성능을 현혹하는 기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 2005년 클레어몬트대 폴 착Paul Zak 교수팀은 ‘애착성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낯선 영업사원에 대한 경계심을 줄이고, 금융업체의 투자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만든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래에는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뿌리는 영업사원이 아파트 단지에 출몰해 가정주부의 지가을 열게 하고, 보험 가입을 종용하고, 투자를 현혹하는 사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60~61p.)

신경윤리학 분야는 인간의 도덕적인 판단이 뇌 속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가 하는 물음에 신경과학 차원이 해답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만약 신경윤리학이 ‘인간 범죄의 일부분이 순수한 자유의지가 아닌 신경생물학적 결함에 의한 불가피한 것임을 증명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범죄자들을 어덯게 처벌해야 할까? 대뇌 신경생물학적 결함이 발견돼,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사회적인 예방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학교와 직장에서 공부와 일만 하도록 감시, 통제하는 시스템이 발달돼 곳곳에서 뇌파 감지장치가 수면뇌파를 검출하거나 집중도 레벨을 모니터링 한다면 과연 인간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인간은 새로운 고민과 도전에 부딪힐 것이다.

과학자들의 실험실에선 이미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뇌공학 기술이 원시적으로나마 구현되고 있다. 이 기술이 어느 날 불쑥 세상에 나온 뒤에 철학, 사회, 윤리 문제를 논의한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비윤리적이거나 또는 개인의 삶을 통제, 조종하는 기술에 대해 지금부터 현명한 규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61~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