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우와 지젝 현재의 철학을 말하다

 

저자 :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옮김 : 민승기

출판사 : 도서출판 길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 어쩌면 이 두 사람이 만나서 철학에 대해 토론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바디우의 글에서는 부드러움이(원래 바디우의 글도 부드럽다고만은 할 수 없는데 사랑예찬을 읽고 그 이미지가 굳어진 듯 하다) 지젝의 글에서는 강인함을 느꼈었다. 그러나 그 둘의 철학적 뼈대는 어쩌면 상당히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빈 소재 프랑스 문화연구소의 전(前) 책임자인 프랑수아 라키에즈에게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는 빈에서 개최된 공개토론에 바디우와 지젝 두 사람을 초대 했고 둘의 자유로운 토론을 그대로 이 책에 옮긴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편집한 페터 엥겔만은 이 책의 출판을 위해 바디우와 지젝의 대화가 담긴 텍스트를 다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텍스트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의식적으로 유지하고 싶었고 또 말로 전달되는 내용이, 체계적으로 기초를 세워 기술되는 사유 구조로 왜곡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두 사람의 토론에 독자가 초대되어 같이 토론을 할 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우선 알랭 바디우의 ‘사건을 사유하기’라는 주제로 바디우의 철학을 풀어 놓는다. 그는 도입부에서 ‘철학은 현재에 역사적, 정치적 문제들에 어느 정도로 개입하고 있는가?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런 개입의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디우는 흔히 철학자라고 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이 바라보지만 그것은 잘 못된 시각이라는 말을 하면서 ‘철학자는 자신의 문제를 구성하는 사람, 즉, 문제의 창안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철학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로 철학을 위한 상황이라고 할 만한, 그러니까 철학적 사유를 위한 상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관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가? 통약 불가능한 요소들이 있는가?”, “보편성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들을 쏟아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 질문과 답을 받아 든 독자는 바디우의 텍스트가 익숙치 않다. 그것은 우리의 독서가 어쩌면 잘 다듬어진 고속도로만 달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디우가 던진 텍스트가 비포장 도로 이기 때문에 문장 하나 하나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바디우는 자신이 던진 질문들을 보편성이라는 명제로 묶어 8가지를 풀어낸다. 하나씩 천천히 읽어 보면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다음으로 지젝은 ‘철학은 대화가 아니다’라는 주제로 그의 생각을 던진다. 지젝은 앞서 바디우가 논했던 문제들을 하나씩 다시 자신의 식탁에 올려 놓고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요리해 간다. 물론 그의 생각은 바디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젝은 바디우가 논했던 이질성(foreignness)의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독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인용해 이질성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데카르트는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다른 나라의 관습들이 갖는 이질성을 목격하게 되었는지 설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눈으로 바라볼 경우 우리 자신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이상할 수도, 심지어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바로 이곳이 철학이 시작되는 지점 또는 모든 철학자들이 채택하는 전치의 장소이다. – p82

 

결국 지젝은 이질성의 내면에 보편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자리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바디우와 지젝의 토론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둘의 사유(思惟)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대부분의 주제에서 그들의 생각을 일치했다. 책 속에는 토론의 주제와 이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텍스트를 명확히 이해하기에는 스스로의 내공이 부족하여 이 글에 담아내기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아 3~4번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토론했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내 생각을 펼쳐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을 통해 바디우와 지젝의 사이에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참여한 삼각토론을 통해 오늘날 철학의 토대를 넓혀준 두 명의 철학자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노래하는 멘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