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면과 진실

 

저자 : 폴투르니에

옮김 : 주건성

출판사 : 문예출판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 있다면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수 많은 철학자들이 이 질문에 답하려고 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인간이란 도대체 뭘까?” 를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폴투르니에도 같은 질문으로 책을 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을 ‘내가 발견 할 수 있는 것, 인간의 문제에 광명을 던져준다고 생각되는 것,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것, 언제나 신비하고 애매한 세계에 남아 있는 듯한 것’을 전하기 위해서 라고 밝히고 있다. 솔직히 최근에 읽었던 어떤 책 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에게 있어 책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이 정말 지루하고 따분한 경우이고(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책을 덮는다) 다른 하나는 정말 책 속에 담긴 의미가 너무 깊어 문장 하나 하나를 깊이 생각하다 보니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다. 바로 이 책이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이 그 뼈대를 구성하고 있지만 담겨있는 메시지는 과히 철학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해 보인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책을 열고 있는 질문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에겐 가면적 인간과 인간의 내면을 지탱하고 신(神)과 접촉하게 하는 참된 인간, 곧 인격이 있다고 보았고 인간의 겉보기 모습과 참모습의 끈임 없이 대립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4 부분으로 나눠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주제는 <가면의 인간>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여기서 저자는 연극무대를 예로 든다. 즉, 인생이란 바로 우리가 각기 배우로서 역할을 맡는 어떤 연극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르트르의 사유(思惟)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잉크병은 그 자체 잉크병으로서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 한편 우리 눈에 인간은 항상 ‘표상으로서’존재한다.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웨이터인 데 지나지 않는 것은 그가 자신의 역할에 알맞은 동작이나 제스처로써 웨이터 역할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 p37

 

우리는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하는 행동이 달라진다’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내 내면의 자아가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복만 입혀 놓으면 점잖던 사람도 껄렁껄렁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다. 고로 자신의 내면에 담긴 진정한 자아와 외면적으로 표출되는 자아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두 번째 주제는 <생명>이다. 첫 번째 주제였던 <가면의 인간>과 흐름을 같이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생명을 부여 받은 생물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그 현상에 정해져 있는 방향 즉, 조직화에 따르는 것이며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고 있다.

 

하모니는 작곡가에 의해 우선 설정되어 있고, 그 하모니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휘자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곡자란 줄거리를 만든 첫 번째 의지이고, 지휘자는 다소간에 충실하게 첫 번째 의지를 실현하려 하는 두 번째 의지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크든 작든 이 두 가지 의지에 따라 나타나는 현실이라 할 수 있다. – p111

 

여기서 하모니를 만들어낸 작곡가를 저자는 신(神)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리고 지휘자는 참된 인간 즉 인간 내면의 인격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가 바로 인격에 의해 외면에 표출되는 겉보기 인간인 것이다. 작곡가가 만든 하모니를 바꿀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교향곡을 작곡한 베토벤, 모짜르트의 음악을 바꾸는 것과 같다. 바꿀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그것은 전혀 다른 음악이 되고 만다. 그러나 지휘자의 역량에 의해 그 음악이 어떻게 표현되는 가는 충분히 달라진다. 이것은 리더에 따라 조직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지휘자에 대응되는 내면의 인격을 잘 다듬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발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세 번째 주제인 <참된 인간>을 표현하면서 저자는 종교적인 내용을 다수 언급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참된 인간은 이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종교적으로 풀던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던 개인적으로는 그 텍스트를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는 독자 개인의 문제로 생각된다. 저자도 신(神)은 신자에게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말을 건네고 있으며 신앙이란 다만 그 이야기를 상대가 인정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럼 저자가 이야기 하는 참된 인간 이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저자는 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신에게 기도를 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나의 경우 이것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종교를 가진 신자가 특정 종교를 위해 기도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신과 토론하고 그 결론을 얻기 위한 의식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중들(종교가 없는)도 이런 순간을 맞이 한다. 바로 혼자 내면의 자신과 대화를 하는 순간이다. 이것은 마치 종교에서 손을 모르고 기도를 하는 것과 같은 의식이며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우리 내면의 참된 인간(인격)과 마주서게 되는 것이다. 고로 겉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자신의 내면도 거울에 비춰 보아야 참된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 질 것이다. – 노래하는 멘토르

 

이 처럼 저자가 책에서 신(神)을 통해 내면의 참된 인간과 만나는 부분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 해석해 본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주제는 <앙가주망>이다. 앙가주망이란 정치나 사회문제에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결국 자신의 인격을 갈고 닦는 것의 본질(本質)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인격적인 수양을 해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답은 바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주고 배려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이 한 권의 책이 나에게는 상당히 다양한 생각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결국 외면이 아닌 내면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어야 자연스럽게 외면도 아름다워 진다는 것은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인격은 양의 세계가 아니라 질의 세계다. 인격은 강력한 정신운동 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 운동 자체가 절대를 지향한다. 인간이 아무리 사물을 축적하더라도 이 운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인격은 존재 속에 있는 것이지 소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격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측정되지 않고 검사되지 않으며 정의되지 않는다. 자기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를 잘못 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 p294

 

노래하는 멘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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