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저자 : 알랭 드 보통

옮김 : 박중서

출판사 : 청미래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래서 그 불완전한 결핍을 채우고자 인간은 끈임 없이 무엇인가를 갈망하게 된다. 나는 종교에 대한 인간의 갈망도 이런 결핍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인간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완전 무결한 존재를 갈망한다. 그리고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존재에 대한 상상을 지속해 나간다. 그런 존재는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나를 배신하지도 않으며 언제나 나만 바라보면서 무한한 사랑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존재여야 하고 누군가 잘못을 하면 벌을 내릴 수도 있고 우리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존재를 신(God)이라 불렀다.

 

독일의 유물론 철학자 포이에르 바하는 그의 책 <기독교의 본질>에서 물신성 = 페티시즘이라는 개념을 이야기 한다. 인간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안식처로 여겼던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만으로는 충분히 위안을 얻지 못한 인간들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런 형상을 돌이나 나무를 쪼아 만들게 된다. 그것이 바로 물건으로 만들어진 신, 즉 물신=페티시라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신은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거꾸로 자신을 빚어 만든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자연재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마을 입구에 놓여 있는 커다란 돌로 만들어진 신이 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용서를 비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포이에르 바하의 개념에 의하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만들어낸 물신에 불과하고 그것이 신성한 형태로 표현된 것이 종교라는 것이 된다. 그러나 종교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신의 존재 유무와는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부족을 깨닫고 스스로 그 부족한 부분을 종교가 이야기 하는 행복, 사랑, 믿음과 같은 긍정 에너지로 채워간다는 것이 종교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닌 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고민한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이 책의 제목은 정말 자극적이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그가 가진 독특한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특유의 재치와 통찰을 동원해서 낱낱이 인수분해 하는 재주를 가진 글쓰기로 유명하다. 이 책의 제목이 도발적으로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가 가게 되었던 것도 어쩌면 무신론자라고 알려진 알랭 드 보통이 바라보는 종교에 대한 시각은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종교를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인류 문명의 진화와 어깨를 나란히 해온 종교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 보고 흡수할 것들 은 다시 흡수하고 고쳐나갈 것들은 고쳐나가야 한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드 보통은 이 책의 말미에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아마도 이 목적을 먼저 읽고 책을 읽는다면 오히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종교에서 부활시킬 수 있는 교훈들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공동체의 감각을 살리는 방법, 친절을 권장하는 방법, 광고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현재의 편견을 없애는 방법, 세속 성인을 선정하여 이용하는 방법, 대학의 전략과 문화 교육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재고하는 방법, 호텔과 온천을 다시 설계하는 방법, 우리의 유치한 필요를 인지함으로써 생기는 이익에 대한 설명, 우리의 비 생산적인 낙관주의 가운데 일부를 굴복시키는 방법, 숭고한 것과 초월적인 것을 통해서 자신의 관점을 확보하는 방법, 박물관을 재조직하는 방법, 건축을 이용해서 의미를 만드는 방법등이 그런 교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혼을 돌보는 데에 관심이 있는 개인들의 분산된 노력을 한 곳에 모아서, 제도의 보호 아래에서 체계화 하는 방법이었다. – p328

 

즉 이 책은 위에 언급된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교훈적인 요소들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아마도 이 책을 집어든 대다수의 독자가 이 책을 쉽게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이 가진 관점이 종교에 대해 맹목적이지도 배타적이지도 않은 지점에서 종교적 관점과 일반 사회적 관점을 적절히 비교해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가지는 위치와 종교라는 것을 인문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라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종교를 믿고 안 믿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종교라는 하나의 문명이 인류의 진화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 본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노래하는 멘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