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평들을 보았을때 나와는 "다른" 시대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92년생인 나와 10년이란 세월이 차이나니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다를게 없구나. 나도 또다른 김지영이고, 앞으로도 그럴것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릴적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남녀차별이 지금보다 더 심했겠지만 나 역시 장남인 아버지 밑에서 남동생과 함께 자라면서 옛날세대인 할머니들과 마찰이 없던게 아니었다. 그래서 어릴적엔 그런 혜택아닌 혜택을 받는 동생이 미웠던 적도 있었다. 학창시절은 여중, 여고를 다녀서인지 여성에 대해 생각할게 없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발딛은 사회라는 곳에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첫 직장은 여자는 나 혼자 나머지 8명정도 되는 남자들은 전부 40~50대들 이었다. 그들은 항상 나에게 말했다. "여자니까 웃어야 해. 그래야 우리가 힘을 내지.", "여자니까 상냥해야해.", "여자인 니가 이해해야지. 어쩌겠냐." 처음엔 몰랐다. 그냥 나혼자 여자니까, 일명 홍일점(매번 그렇게 부름)이니까. 그리고 막내니까.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이건 부당하단걸 알게되었고 유리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느꼈다. 주변의 언니들이 결혼, 임신때문에 회사를 자의던 타의던 관두게 되고 후에 언니들에게 듣기로는 청첩장이 곧 사직서인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나마 나아져서 결혼 후에도 다니게 되었다고 하지만 출산을 앞두고 있다면 자연스래 곧 관두겠구나라며 대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내 나이 23~4살이었기 때문에 부당하네요 생각만 했다. 생각만.

 

현재 내 나이 26살.. 요즘엔 빠르다면 빠른 내년 27살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장거리 연애 4년을 하다보니 더 빨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행복함과 함께 따라오는 압박감이 요즘엔 더 느껴지고 있다. 그런 순간에 이 책은 나를 억누르는 이 압박감을 정확하게 명시해주었다. 싫던 좋던 첫 직장에서 7~8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그 세월 속에서 좋은일 나쁜일이 많았지만 내 이름으로 할 일을 끝내고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내 생활을 꾸려나가는 일이 보람차다. 하지만 내년에 결혼을 한다면 내가 이 생활을 그대로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 난 못할거라고 본다. 그리고 출산을 하게 되면 더더욱....

 

한국의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여자인 사람으로서 힘든점을 풀어쓴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남녀 할것 없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